850만 팔로워를 보유 중인 한 인플루언서가 반려견이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한 끝에 ’할머니 댁에 개를 맡겼다’는 글을 게재하자, ‘반려견을 파양했다’며 비난이 쏟아졌다. 화가 난 네티즌들은 이 인플루언서의 딸이 모델로 활동 중인 보험사, 쇼핑몰에도 ‘입장’을 요구하며 비난을 쏟아냈고, 이에 쇼핑몰 측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적극적인 불매 운동으로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때로는 ‘과한’ 행동으로 난감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하는 것이다.
해당 인플루언서의 반려견 파양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 됐다. 그가 반려견이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토로하는 게시글부터 “시골 할머니댁으로 보낸다”고 적은 게시글이 캡처돼 확산이 되면서 ‘결국 반려견을 파양한 것’이라는 비난이 불거진 것이다. "다들 반려견 보고 웃는데 키우는 나는 죽이고 싶다 ”, “이제 시골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시골 개들처럼 묶여서 잘 지내라”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까지 더해져 네티즌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었다.
그러나 그 분노가 점점 더 거세고, 그 여파가 커지면서 당혹스러운 상황이 불거졌다. 네티즌들은 이 인플루언서의 행동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키즈모델인 그의 딸이 광고 모델로 출연한 보험사, 쇼핑몰에도 찾아가 항의하기 시작한 것. 해당 보험사의 유튜브 광고 영상 댓글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쏟아졌고, 결국 해당 보험사 측은 딸이 나온 광고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며 “정확한 상황 확인 및 추후 조치 예정이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해당 아이는 과거 두 차례 촬영에 참여했으나, 부모님의 개인적인 행동이나 문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다”고 해명한 쇼핑몰 측은 “우리는 해당 논란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 점에 대해 매우 당황스럽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통해선 “전속모델도 아니고, 작년에 잠깐 촬영했던 것 외에 인연이 없다”고 좀 더 강한 어조로 해명하며 “우리가 모델 아이를 섭외할 때 부모 인성까지 면접봐야 했던 걸까요”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쇼핑몰 측의 입장처럼, 부모의 잘못을 아이에게, 나아가 아이와 잠시 연을 맺었던 브랜드에까지 전가하는 것은 ‘과하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반려견 파양 문제를 둘러싼 해당 인플루언서의 태도는 분명 잘못됐지만, 네티즌들의 분노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튀며 결국 억울한 피해자까지 만들게 됐다.
비판을 넘어 자칫 ‘사이버 불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최근 반복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면 적극적으로 불매 운동을 하는 것은 기본, 때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광고주들을 찾아가 항의하는 등 ‘영향’을 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곤 한다.
물론 논란 당사자를 광고 모델로 활용한 브랜드에 실망감을 표하는 소비자들이 있을 수는 있다. 이것이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데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쇼핑몰 측의 ‘직접적인 연관 이 없다’는 호소도 틀린 말은 아니다.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반려견 파양’ 문제에 대한 지적마저도 힘을 잃을 수 있다. 건강한 방식으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선 정당한 비판과 무차별 비난 사이, 좀 더 건강한 방식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