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당시 도쿄전력 회장으로 책임 추궁을 받았던 가쓰마타 쓰네히사 전 회장이 사망한 사실이 31일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4세.
마이니치신문 등은 가쓰마타 전 회장이 지난 21일 사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는 1963년 도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도쿄전력에 입사해 2008년 도쿄전력 회장이 됐다.
회사에서 일처리가 빠르고 단호해 ‘면도날’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가쓰마타 다카오 전 신일본제철 부사장, 가쓰마타 노부오 전 마루베니 회장와 형제로 재계에서 ‘가쓰마타 삼형제’라고도 불렸다.
회장 재임 중인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고 수습 책임을 맡았다. 이후 2012년 6월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와 관련해 무토 사카에 전 부사장 등 경영진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 변호인 측은 도쿄전력이 일본 정부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의 지진 예측에 따라 2008년 회사 차원에서 최대 높이 15.7m의 쓰나미가 덮칠 수 있다는 예측치를 내놓았으나, 경영진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방조제 설치 등 후속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며 사고 책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고 당시 도쿄전력 경영진이 높이 10m를 넘는 쓰나미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웠으며, 원전 가동을 멈출 정도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가쓰마타 전 회장은 국회 사고조사위원회에 참고인으로 불려갈 때면 “쓰나미는 예측할 수 없었다”는 말을 반복하곤 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쓰나미로 인한 원전 침수시 노심용융(멜트다운)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나는 듣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다만 도쿄지방재판소는 가쓰마타 전 회장을 포함한 사고 당시 도쿄전력 임원 네 명에게 도쿄전력에 대한 민사상 배상 책임은 있다고 지난 2022년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