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얘기 안해준다…미 해군 함정 ‘수익성 함정’

2025-03-17

숨은 비용 많은 군함 수주

“한국의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알고 있다.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7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한 얘기다. ‘K-조선’을 향한 트럼프의 러브 콜에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군함’과 ‘상선’은 제작 과정이 다르다. 난이도에도 큰 차이가 있다. “군함 수주로는 돈 벌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전·현직 군함 제작 전문가, 방위사업청 등으로부터 군함 건조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상선과 너무 다른 군함=제작 절차가 복잡한 군함은 건조 기간이 길다. 상선은 3년 이상, 군함은 7년 이상 걸린다. 상선은 선주가 조선사에 건조를 일임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협의해 결론을 내는 식이다. 하지만 군함은 조선사에 (상선을 만들 때만큼) 권한을 주지도 않고, 견제의 연속이다.

옛 대우조선해양에서 군함 제작을 경험한 권효재 한양 상무는 “군함은 선박 고유 장비(엔진·가스터빈 등) 뿐 아니라 무기 등 ‘관급 설비’를 대량 설치해야 한다. 조선사가 이를 기술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숨은 ‘규제 비용’=군함은 상선과 달리 ‘선급(class)’ 뿐 아니라 정부가 지정한 별도 품질관리 기구(한국의 경우 방위사업청)가 이중으로 품질을 검수한다. 해군도 최종 검증에 참여한다. 예를 들어 조선사가 기계공학상 오른쪽으로 밸브를 돌리도록 설계했더라도, 해군이 관행상 밸브를 왼쪽으로 돌리는 게 낫다고 주장할 경우 조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다. 과거 군함 제작에 참여한 한 조선업체 임원은 “조선사와 해군 사이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간다”며 “군함이 비싼 건 숨은 ‘규제 비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조선업체 임원은 “방사청과 해군의 관여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최근엔 많이 줄었다. 해군의 요구 사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수정해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인내의 연속=군함은 상선과 달리 ‘극한의 테스트’를 유독 많이 거쳐야 한다. 조선사 자체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해군이 다시 테스트하는 등 시(試)운전에만 1년 이상 걸린다. 전체 건조 기간 중 시운전 기간이 30% 이상일 정도다. 예를 들어 여름철 태풍이 오기를 기다려 시운전하거나, (잠수함 잡는) 군함 소음을 측정하기 위해 주변 해역을 정리한 뒤 잠수함에서 소음을 측정하는 식이다. 전직 방사청 관계자는 “군함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내가 필요한 탓에 배를 처음 물에 띄우는 ‘진수식’ 이후에도 군함은 빠르면 1년, 길면 3년 지나야 납품할 수 있다. 길어도 1년 내 납품 가능한 상선과 대비된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말이 통하는 한국 해군과 군함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데, 미국인과 군함을 만든다는 건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미국 군함 수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많지만, 관건은 경제성이 얼마나 되느냐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군함의 원가 관리 규정이 조선업의 특성을 잘 담아내지 못하는 측면은 있다”면서도 “미국 군함 수주는 당장의 수익도 있지만, 미래 안정적인 대형 먹거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종훈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국익’ 차원에서 미국 군함 수주를 추진할 수 있지만, 경쟁력 있는 가격과 조건으로 따낼 수 있도록 ‘계산기’를 차분히 두드려봐야 한다”며 “정부가 조선업체 간 저가 수주 경쟁을 막고 과도한 연구개발(R&D) 책임을 덜어주는 등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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