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예산 삭감 나비효과…‘지구 방어용 망원경’ 물 건너가나

2025-05-24

미 하원, NASA 예산 삭감 우려 속 청문회

소행성 포착용 ‘NEO 서베이어’ 추진 점검

적외선으로 소행성·혜성 90% 탐지 목표

개발에 12억달러 소요…정상 제작 불투명

지구 방어 위한 중요 인프라 무산 위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미국 연방 정부기관에 대한 예산 삭감이 예기치 못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구와 충돌할 수 있는 소행성과 혜성을 포착하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신형 우주망원경 발사가 개발비 부족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NASA에 강요된 ‘짠물 예산’으로 지구와 인류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지 과학자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과학계에 따르면 미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청문회를 개최하고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과 혜성을 찾기 위한 우주망원경 ‘NEO 서베이어’ 개발 계획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NASA 관계자, 대학 소속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발레리 푸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향후 정상적인 개발 여부가 불확실해진 NEO 서베이어를 청문회에서 지목하며 “NASA 역할은 물론 미국 경쟁력과 세계 무대에서의 입지까지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NEO 서베이어가 대체 무엇인데, 왜 개발 계획이 불확실해졌다는 것일까.

경차 정도 크기에 중량은 1.3t인 NEO 서베이어는 ‘지구 방어’에 특화한 최초의 우주망원경이다. 지구 방어란 지구로 날아드는 소행성이나 혜성에 인간이 만든 물체를 충돌시키는 일이다. 이러면 소행성이나 혜성 진로가 바뀐다. 당구와 비슷한 원리로 지구를 구하는 셈이다.

이런 ‘작전’을 실행하려면 제대로 된 ‘관측’이 필수다. 우주 분야에서 세계 최선도국인 미국이 만들고 있는 NEO 서베이어가 그런 관측을 맡도록 고안된 우주망원경이다. 관측을 위해 NEO 서베이어에는 적외선, 즉 열을 감지하는 기기가 달렸다. 대부분의 기존 천체 망원경처럼 가시광선, 즉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다.

소행성이나 혜성은 영하 200도 이하인 우주 공간보다 따뜻하기 때문에 NEO 서베이어의 적외선 감시망에 걸리게 돼 있다. 반면 가시광선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기존 천체 망원경은 너무 칠흑 같이 어둡거나 반대로 너무 눈부시게 밝은 우주를 비행하는 소행성·혜성을 관측하기 어렵다. 니콜라 폭스 NASA 과학임무국 부국장은 청문회에서 “NEO 서베이어는 인류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할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NEO 서베이어는 지구에서 4800만㎞ 이내로 접근하는 지름 140m 이상의 소행성·혜성 90% 이상을 찾아낼 수 있다. 지름 140m짜리 소행성과 혜성에는 지구와 충돌할 경우 대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 이런 재난이 지구를 덮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NEO 서베이어 임무다.

청문회에 참석한 미 하원의원들은 이렇게 지구의 수호천사 역할을 할 NEO 서베이어가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삭감 폭탄으로 우주로 발사조차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것이다. 조 로프그린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지구 방어를 위해서는 과학 관련 연방기관이 나서야 하지만 이들이 본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졌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내년 NASA 예산을 올해보다 24%(60억달러, 약 8조2000억원) 깎은 188억달러(약 26조3000억원)로 책정했다. 한 해 예산 삭감 폭으로는 NASA 역사상 최대치다.

그런데 NEO 서베이어에는 2022년부터 매년 약 1억~2억달러(1400억~2800억달러)가 들어가고 있다. 지구에서 발사가 예정된 2027년까지 총 12억(1조6000억원)를 지출하겠다는 것이 NASA의 기존 계획이었다. 과거 미국 정부는 이 정도 금액은 지구 방어를 위해 쓸 수 있다고 여겼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지금은 향후 상황을 낙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조지화이트 사이드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청문회에서 “(소행성과 혜성이) 문명에 미치는 재앙적인 위험을 고려할 때 NASA 예산 삭감으로 지구에 대한 위협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방정부 예산은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NEO 서베이어 개발이 실제로 지연되거나 무산될지는 올해 7월을 전후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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