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단속으로 구금된 불법 이민자들의 보석 심리를 거부한다는 새로운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자들이 이민 재판을 받는 동안 석방될 수 있는 길을 차단함으로써 구금시설의 과밀 수용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현지시간) 토드 라이언스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대행이 지난 8일 직원들에게 “(이민자들이) 추방 절차 기간 동안 구금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메모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민자들이 법원에서 추방 여부를 다투는 재판을 받는 동안 이민 판사에게 보석 심리를 요청할 수 있었던 방침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민 법원의 절차는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이민법은 이민자가 체포된 후 구금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관례적으로 장기 거주자에게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아 왔다. 지난해 ICE는 연례 보고서에서 이민자들을 필요한 경우에만 구금하며 단속된 이민자 760만명 중 대다수가 추방 절차 진행 중 석방됐다고 밝혔다.
메모에 따르면 라이언스 대행은 예외적인 경우 이민자들이 석방될 수도 있지만 결정은 이민 판사가 아닌 ICE 이민 담당관이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방침은 이미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민 변호사 협회는 지난주부터 뉴욕, 버지니아, 오리건,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조지아 등 12곳의 이민 법원에서 이민자들이 보석 심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민자들이 시설에 대거 구금돼 과밀 수용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이민자 구금 시설은 과포화 상태다. 지난달 15일 기준 시설에 구금된 이민자는 5만6000명 이상으로 수용 가능 인원인 4만1000명을 넘어섰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관리였던 톰 자웨츠는 “수십년 동안 유지됐던 구금 규제에 관한 법적 기준을 뒤집는 것”이라며 “구금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대규모 감세법안인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의 통과로 확보한 예산 중 450억달러를 이민자 구금 시설 운영 확대에 배정했다. 이에 구금시설 확대가 성급하게 이뤄져 열악한 임시 교도소 건설 등이 급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100만명의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후 이민자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