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대륙 와인’의 꿈, 중국에서 빚는다… 옌타이 와이너리 가보니 [차이나우]

2025-05-23

지난 17일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의 해풍을 마주한 언덕 위, 쥔딩(君頂) 와이너리가 아침 햇살에 포도밭의 윤곽을 뚜렷이 드러냈다.

돌담과 유럽풍 타일이 어우러진 와이너리 건물은 언뜻 보면 지중해 어딘가의 작은 와인 마을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은 더 이상 외국의 그림자를 좇지 않는다. 왕이얼(王一涵) 쥔딩 와이너리 대표는 “중국 와인은 이제 태동 단계”라며 “하지만 100년 뒤에도 우리가 여전히 좋은 와인을 만들고 있다면, 그때는 세계가 인정하는 이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륙 와인’의 새로운 주인공이 되겠다는 포부는 말뿐이 아니다. 쥔딩의 와인은 중국 산지의 기후와 토양을 반영한다. 이 지역은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해안 언덕에 위치해 있어 여름철에도 기온이 과하지 않고, 겨울에도 혹한을 피할 수 있다. 일조량이 충분하고 포도 성장에 유리한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토양도 갖추고 있다. 산둥에서 나는 사과, 앵두 등 과일이 중국 내에서 높은 당도로 유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와이너리 지하 약 10m 아래로 내려가면 8000㎡ 규모의 숙성고가 모습을 드러낸다. 온도 15도, 습도 70~75%로 유지되는 공간에는 3000여 개의 오크통이 숙성 중이다. 하나의 오크통에는 와인 약 300병이 들어간다. 병입된 제품까지 포함하면 최소 1만 병 이상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젊은층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와인 소비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물량이 수입품이다. 쥔딩 와이너리 관계자는 단순히 수입 와인의 대체품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국 고유의 자연과 감각을 담은 와인으로 ‘중국 와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더 이상 수입 와인의 소비처에 머물지 않는다. 산둥과 닝샤 같은 주요 산지는 위도상 프랑스 보르도나 미국 나파밸리와 유사하며, 포도 재배에 적합한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쥔딩은 이러한 지리적 강점을 바탕으로 ‘중국판 신대륙 와인’을 개척해 나가는 셈이다. 세계 시장에 자국산 와인의 가능성을 알리려 하는 야심은 조금씩 실체를 갖춰가고 있다.

와이너리 한편에는 아시아 유일의 와이너리 부속 골프장도 조성돼 있다. 특히 거리상의 이점 등으로 한국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무비자 정책 시행 이후 주말이면 하루 30팀 이상이 이곳을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억 소비시장의 내수 성장을 기반으로, 중국은 와인 산업에서도 독자적인 지도를 그려나가려 한다. 쥔딩 등 전통과 실험이 공존하는 와이너리들의 움직임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중국 와인’이라는 이름에 조금씩 무게를 더해가고 있는 듯하다.

옌타이=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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