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14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만큼 중국인의 트렌드에 따라 전 세계 물가가 요동치기도 합니다. 연어, 치즈, 와인 같은 상품이 대표적이죠. 그동안 즐겨 먹거나 마시지 않았던 것들이지만 갑자기 중국에서 인기가 치솟으면서 중국으로의 수입이 급증하고 가격도 따라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바이주(白酒·고량주)의 나라 중국에서 10여년 전부터 와인을 마시는 것이 유행처럼 퍼지면서 와인 가격도 상승하기 시작했죠.
중국은 세계 10대 와인 소비국으로 많은 물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절반 가량은 프랑스에서 들여오고 호주, 칠레,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도수가 40~50도를 훌쩍 넘는 바이주보다는 낮은 도수로 마시기 수월한데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와인의 인기가 높아졌는데요. 주링허우(1990년대생), 링링허우(2000년대생) 등 젊은층의 소비 여력이 높아지고 도시 생활자들이 늘어나며 이들이 주력 와인 소비군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중장년 세대들도 중고가 프리미엄 와인을 선호하는 주요 고객층이 됐습니다.
중국은 넓은 영토를 이점으로 한 와인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합니다.
최근 닝샤후이주자치구의 허란산 주변에 와이너리가 집중적으로 들어섰지만 중국의 대표 와인 산지는 한국에서도 가까운 산둥성 자오둥반도 일대입니다. 옌타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산둥성은 중국 내 와인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최대 와인 생산지입니다. 닝샤가 30% 정도로 뒤를 잇고 신장웨이우얼자치구, 허베이성, 윈난성, 간쑤성 등에서도 와이너리들이 분포합니다.

중국에서 와인이 나온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고량주의 나라에서 와인이라니?’하고 말이죠. 아직은 수출 물량이 극히 드물고 대부분 내수로 판매되는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와인들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산둥과 닝샤 등은 프랑스 보르도, 미국 나파, 이탈리아 토스카 등과 위도가 비슷해 와인의 핵심인 포도 재배를 위한 천혜의 환경을 지니고 있죠.
최근 산둥성 옌타이시의 펑라이 지역에 위치한 쥔딩 와이너리를 방문했는데요. 이 지역은 한국의 서해와 인접한 바닷가 지역으로 해양성 기후로 인해 포도가 잘 자라는 곳입니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고 여름에는 너무 덥지 않고, 겨울에는 반대로 너무 춥지 않은 편입니다. 일조량도 충분한데다 포도의 성장을 돕는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을 갖춰 일찌감치 와이너리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포도 외에도 사과, 앵두 등 산둥성에서 나오는 다양한 과일들은 당도가 높기로 중국 내에서도 손에 꼽힙니다.
좋은 포도를 기반으로 쥔딩 와이너리에선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지하로 10미터 정도 내려가면 나타나는 약 8000㎡ 규모의 지하 와인 숙성고에는 3000여개의 오크통에 들어간 와인이 온도 15도, 습도 70~75%를 유지하며 최상의 맛을 위해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중이었습니다. 최대 1만개 가량의 오크통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오크통 하나는 225ℓ로 와인 약 300병이 들어간다고 하니 대략 9000병 정도의 와인이 저장된 셈입니다. 오크통에 들어간 와인 외에도 이미 병입된 와인들까지 포함하면 최소 1만병 이상의 와인이 출하를 기다린다고 볼 수 있죠.

이렇게 생산되는 중국의 와인은 2022년 기준 21만3700㎘에 달했습니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복합 성장률은 약 12.62%, 2028년에는 36만20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주요 국가들의 와인 생산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중국의 성장은 더욱 주목할 만 합니다.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왕이얼 대표와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왕 대표는 “당장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십년 뒤 이 와이너리가 남아있도록 잘 관리하고,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쥔딩 와이너리는 와이너리 외에도 아시아 유일의 와이너리에 포함된 골프장을 보유한 곳입니다. 한국에서도 골프를 즐기기 위해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올 정도인데요. 무비자 정책이 시행된 이후에는 주말 기준 하루 30여팀이 라운딩을 한다고 합니다. 쥔딩 측은 이 숫자를 더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인들과의 골프와 수준 높고 이색적인 중국 와인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한국에는 연태고량주로 유명한 옌타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게 하네요.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