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세계에서 2등은 의미 없는 것 아닙니까.”
삼성 강민호(39)를 향해 NC 손아섭(36)이 이렇게 말했다.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한 삼성이 끝내 KIA에 패한 것에 대한 농담이다.
시작은 강민호였다. KS 전 미디어데이에서 강민호는 손아섭을 비롯해 과거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전준우, 정훈 등에게 “나도 21년 걸렸다. 너희들도 할 수 있다”고 화살을 날렸다. 프로에서 15년 이상을 뛰었지만 아직 KS를 경험 못 한 후배들을 향한 ‘격려’ 혹은 ‘도발’이었다.
2004년 데뷔한 강민호는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KS 무대를 밟지 못했다. 야수 중 최장기간 KS 무경험자였고, 투수까지 포함해도 KT 우규민(올해 포함 22년)에 이어 전체에서 2번째로 오랜 KS 무경험이었다. 그랬던 강민호가 올해 자신의 결승홈런으로 팀을 KS까지 끌어올렸으니 감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절친한 후배들을 향한 짓궂은 농담도 그래서 나왔다.
비록 우승은 못 했다지만, 한발 먼저 KS를 경험한 건 분명한 사실. 31일 이호준 신임 감독 취임식 후 취재진과 만난 손아섭은 “사실 굉장히 부러웠다.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았다고 하니 그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나 손아섭은 애써 의연하려 했다. 손아섭은 “민호 형이 우승 반지를 꼈다면 상심이 더 컸겠지만, 삼성이 하루에 1~2차전을 모두 지는 걸 보고 ‘민호 형도 끝이다’ 생각했다”며 “우승 못 한 건 결국 마찬가지”라고 웃었다. 손아섭은 “조만간 민호 형 만나면 분명히 시리즈 얘기를 할 텐데 우승 못 한 건 마찬가지니까 타격 없다”고 덧붙였다.
손아섭은 새삼 KS 우승을 향한 절실함을 드러냈다. 강민호는 ‘너희들’이라며 손아섭과 전준우, 정훈을 모두 묶어 불렀지만 손아섭은 그들에 비해서도 자신은 절실함의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그동안 프로에서 뛴 경기 수 차이가 많다는 것이다.
손아섭은 “(전)준우 형이나 (정)훈이 형이나 나이는 위지만 경기 수는 훨씬 적다. 2000경기는 넘기고 나와 겨뤄야 한다”고 했다. 올 시즌까지 손아섭은 통산 2058경기를 뛰었다. 전준우는 1725경기, 정훈은 1399경기다.
NC는 이호준 신임 감독 부임과 함께 내년 시즌 반등을 준비한다. 손아섭도 기대가 크다. 손아섭은 “감독님이 1루까지 전력질주 못하면 선발로 안 쓰신다고 하셨는데, 저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야구를 배웠다. 솔직히 그 점은 신경 안쓰인다. 당연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근성 있는 플레이를 강조한 이 감독의 메시지와 손아섭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 손아섭은 “정말 우승이 간절하다. 빨리 반지를 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