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 영상 분석을 통해 자연환경이 마음을 치유할 뿐 아니라 실제 통증 지각과 관련된 뇌의 활동을 억제해 통증을 줄여 준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과 영국 엑스터 대학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13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오스트리아에 있는 49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자연과 도시, 실내 사무실을 촬영한 영상을 각각 보여줬다. 그러면서 작은 전기 충격을 통해 통증을 전달하고 뇌 활동을 모니터링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도시나 실내보다 자연 영상을 봤을 때 통증을 덜 느꼈다고 답했다. 도시와 실내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통증으로 인한 불쾌감 역시 자연을 봤을 때가 가장 작았다.
“자연 노출되면 뇌의 통증 신호 감소”

연구팀은 통증이 줄어드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첨단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해 통증 처리와 관련된 뇌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자연 영상을 시청하면 아플 때 받는 뇌의 원시 감각 신호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자연에 대한 노출이 뇌와 연결된 신경학적 통증 신호의 반응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자연이 가진 치유 효과를 입증하는 많은 연구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병원 환자들이 벽이 아닌 녹지 공간을 바라볼 때 진통제 사용량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빨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연 치유 효과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자연환경의 치유 잠재력에 대한 미스터리를 푸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의 주저자인 빈 대학의 막 슈타이닝거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뇌 스캔을 통해 단순히 자연이 건강에 좋다는 사람들의 믿음과 기대에 의한 플라시보(위약) 효과가 아니라 뇌가 통증에 대한 정보에 덜 반응한다는 증거를 제공하는 최초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연환경에 노출된다고 해서 통증이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니다. 연구팀도 “우리가 발견한 자연의 통증 완화 효과는 진통제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통증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처방받은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엑스터대 알렉스 스멀리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자연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돼 사람들이 지구와 사람 모두를 위해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장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