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20년간 지속된 고리원전 온배수 피해 보상 갈등

2024-10-20

2005년 첫 보상 합의 이후 피해 범위 놓고 양측 이견전남대 조사 두고 잇따른 소송전, 최종 결론까진 요원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국내 첫 상업 운행을 시작한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로 피해를 본 부산 기장 어민들에게 한국수력원자력이 2005년 피해보상을 하기로 했지만 20년째 보상 범위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20일 한국수력원자력과 기장 어민들에 따르면 양측은 2005년 6월 고리 1∼4호기 온배수로 인한 어업 피해에 대해 전문기관에 의뢰해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감정평가를 해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온배수는 원전이 고온의 원자로를 식히려고 끌어다 쓴 바닷물을 말한다.

통상 온도가 주변 해역보다 7∼10도 정도 높은 상태에서 바다로 다시 배출돼 양식 어가에 피해를 준다.

한수원은 이 합의에 따라 한국해양대학교와 부경대학교에 조사를 맡겼고, 해당 기관은 2006년 1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용역을 수행해 온배수 피해 범위가 7.8㎞에 달한다며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피해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며 조사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한수원은 고리원전 1∼4호기에 대한 보완조사와 향후 새롭게 운행될 신고리원전 1∼4호기의 운영에 따른 어업 피해 예측을 겸해 다시 조사하기로 합의했다.

조사기관은 어민들이 2곳을 추천하면 한수원이 1곳을 선정하기로 해, 전남대학교가 최종 용역 기관으로 선정됐다.

전남대는 조사에 나서 온배수 피해 범위가 1차 조사 때보다 훨씬 넓은 11.5㎞라고 2011년 8월 결론을 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수원이 반발했다.

3차례 걸쳐 보고서 시정 요구를 했고 이에 전남대 연구소는 2012년 4월 다시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한수원은 용역에 하자가 있다며 준공 불합격 통보를 하고 2013년 용역계약을 해제했다.

한수원은 전남대를 상대로 용역 대금을 돌려달라는 소송도 냈다.

2015년 시작된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고, 1∼3심 모두 전남대가 용역비를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자 기장 어민들은 전남대 보고서를 기준으로 한수원이 보상금을 지급하라며 2021년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소송을 냈다.

이에 동부지원은 3년간에 심리 끝에 이달 초 어민들의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판결문을 보면 한수원 측은 전남대 보고서가 어업 피해 범위, 어업 피해율, 생산량 산정 등에서 오류 내지 하자가 있어 보상금 산정의 기초자료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 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법원은 "피고가 주장하는 내용은 선행 용역비 소송(전남대와 대법원까지 진행한 소송)에서 당부가 판단된 사항이거나, 구체적인 피해 보상액 산정 시 고려할 수 있는 사정일 뿐, 어업 피해 보상금 산정의 기초자료로서의 적합성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고리원전은 전남대 보고서의 조사 시기가 신고리원전 1∼4호기의 상업 운전 전이어서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최근 한수원이 진행한 3차 조사 결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법원은 "보상 합의서에는 고리원전 4개 호기에 대해서는 실측 피해조사를, 신고리원전 4개 호기에 대해서는 '예측 피해조사'를 보상하기로 당사자 사이에 약정한 것으로 신고리원전의 실측 피해 조사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는 원전의 주장은 보상 합의 약정에 반하거나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주장을 배척했다.

다만 법원은 전남대 보고서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점, 원자력발전소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시설로써 어느 정도 손해는 수인할 필요가 있는 점, 어획량 감소에는 지구 온난화나 어종자원 고갈 등 다양한 원인이 작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 여러 사정을 들어 감정액의 60%만 어민들에 보상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연 손해금도 2012년부터 매년 5% 부담하도록 해 사실상 원고들이 청구한 1천억원대 보상금 전부를 지급하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이에 대해 고리원전 측은 현재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기장어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고리 원전이 들어오기 전에는 기장 해녀들의 조업량이 제주에 이어 전국 2번째로 많을 정도로 어자원이 풍부한 곳이었다"면서 "고리원전이 가동된 수십 년 동안 피해를 보았으니 제대로 보상해 달라"고 주장했다.

ready@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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