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양대규 기자]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LG그룹의 두 기업이 신년사에서 올해 주요 키워드로 '고객의 신뢰'를 언급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전자 부품회사로 고객과의 관계가 실질적인 매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양사의 주요 고객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이다. 실제로 매년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에 따라 양사의 실적이 요동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내부 혁신의 실행력을 높여, 고객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납시다”라고 강조했다.
정철동 사장은 "2025년은 추진 중인 모든 사업 과제들이 보다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해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빠른 실행력으로 무장해 진정한 변화를 창출하고, 다시금 고객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도 신년사에서 "고객의 비전을 함께 실현하는 신뢰받는 기술 파트너로서, 차별적 미래가치를 창출하고 미래를 바꾸는 담대한 걸음을 힘차게 나아가자"고 밝혔다.
양사 모두 '고객의 신뢰'를 강조한 데는 주요 고객사 애플과의 관계가 회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점유율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며 실적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는 애플과의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사용되는 중소형 OLED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작년 3분기 중소형 OLED 글로벌 점유율을 23.1%로 기록했다. 2023년 9.9%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3년 4분기 21.8%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스마트폰 OLED 공급 비중을 2023년 3분기 12%에서 지난해 3분기 30%로 크게 늘렸다. 애플의 첫 OLED 태블릿인 아이패드 6세대에서 경쟁사보다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LG디스플레이보다 애플 의존도가 더욱 높은 회사다. 실제 LG이노텍이 애플에 공급하는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은 매출의 80%쯤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애플통'으로 불리는 정철동 사장의 역할이 컷다. 정철동 사장은 LG이노텍 대표이사로 있었던 2021년 애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코로나19와 함께 아이폰 수요가 폭발하자 애플이 생산 확대를 요구했는데 여기에 신속히 대응하며 주요 파트너사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후 LG이노텍의 애플향 비중은 더욱 커졌다. 2023년 말 정철동 사장은 LG디스플레이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비슷한 전략을 채택했다.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 취임 직후 애플을 겨냥한 전략고객(SC)사업부를 신설하며 애플 제품 비중을 늘려나갔다.
정 사장이 신년사에 '고객의 신뢰'를 강조한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는 셈이다.
다만 LG이노텍은 LG디스플레이와 조금 다르다. 애플에 대한 의존성이 너무 높아지면서 리스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애플이 디스플레이에 이어 카메라 등에서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서 LG이노텍도 매출처 다각화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중국 경쟁사들이 저가 공세로 수주 물량을 늘려가고 있어 LG이노텍도 단가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에 2023년 말 정철동 사장에 이어 LG이노텍 대표가 된 문혁수 부사장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이번에 문 대표가 발표한 새 비전은 B2B기업으로서 우수한 부품 공급업체가 되는 것을 넘어, 고객의 성공을 지원하는 대체불가한 기술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사업의 본질적 의미를 담았다.
이런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전자부품을 넘어 모빌리티, 로봇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 가겠다는 지속 성장의지를 포함한 것이다.
애플뿐만이 아닌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고객들에게 '대체불가능한 기술파트너'가 되겠다는 의지다.
문 대표는 “새로운 기술의 S커브(기술이 급성장 후 일상화를 거쳐 도태되는 일련의 변화 과정)를 만드는 고객과 시장이 어디인지 빠르게 센싱하고, 고객과 함께 새로운 S커브를 타야만 지속 성장할 수 있다”며, “고객의 비전을 함께 실현하는 신뢰받는 기술 파트너로서, 차별적 미래가치를 창출하고 미래를 바꾸는 담대한 걸음을 힘차게 나아가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