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가 본격 도입되면서 학생들의 학습과 인성, 그리고 부모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과거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그 과정이 평가받는 체제로 변화한 것이다. 이제 아이들은 단순히 시험 점수로만 평가받지 않는다. 학습 태도와 인성, 그리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취해 나가는 과정이 핵심이 되었다.
부모는 이제 단순한 지원자가 아닌 아이의 학습 여정을 함께 고민하고 이끌어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공교육이 제공하는 틀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 방향을 잡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각자의 흥미와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진로와 관련된 리소스를 함께 탐색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부모가 아이의 선택을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성적에만 집착해 내면적 성장을 무시한다면,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단순히 성적을 위한 시스템이 아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제도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과도한 간섭이나 외부 학습 지원에만 의존해 아이를 몰아세운다면, 아이는 학점제에서 요구하는 자기주도성과 책임감을 갖추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교사는 더 이상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학생들이 학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학습 과정에서의 태도와 성장을 평가하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부모가 “모든 것을 선생님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이를 전적으로 맡긴다면, 아이의 성장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 교사가 학습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면, 부모는 집에서 아이가 꾸준히 학습 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자기주도 학습, 책임감, 협력적 태도를 요구한다. 이제 더 이상 “좋은 점수”만을 목표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 새로운 시스템은 학교 간 난이도 차이를 최소화하고, 지필고사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공부가 쉬운 학교로 전학 가서 좋은 등급을 받는다”는 식의 사례는 사라질 것이다.
이제는 전국 어디서든 동일한 수준의 평가를 통해, 아이들이 본인의 학습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태도와 방법을 익혀야 한다. 특히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거나 인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태도는 더 이상 간과되지 않는다. 고교학점제는 학습 과정 자체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부모는 아이의 학습을 돕는 코치가 되어야 하고, 아이는 스스로를 책임지는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함께 성장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이 시대의 요구다.
“교육은 더 이상 누군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제는 부모도, 교사도, 아이도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새로운 교육 환경에 적응해 나가야 할 때다.
박현정 울산청소년기자단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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