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키우겠다는 정부...정책 뜯어보니 글쎄 [기자수첩-산업IT]

2025-01-2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알뜰폰 종합대책 마련

내용 촘촘하나 현장 목소리 미반영...실효성 의문

망 도매대가 협상 사전규제 재도입도 절실하나

사후규제 지켜보자는 국회엔 쇠귀에 경읽기

최근 통신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알뜰폰이다. 정부가 알뜰폰 진흥을 위한 종합 정책을 전격 내놓았는데 기대와 달리 현장 목소리와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어서다.

알뜰폰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들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업을 일컫는다. 통신 3사 독점구조를 완화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해 가격 인하와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2010년 도입됐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몇 년간 민생대책 중 하나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외치며 통신사에는 5G 중간요금제, 스마트폰 제조사에는 중저가 단말기 출시 등을 촉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알뜰폰 진흥 정책도 그 일환이다.

그런데 지금 이 정책을 두고 알뜰폰 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알뜰폰 업체 대부분은 망 도매대가 산정 방식으로 수익배분(RS)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종량제(RM) 방식만 포함됐다거나, 할인받을 수 있는 선구매 대량 데이터 용량이 지나치게 높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의 한 달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0~30GB 구간대 5G 요금제가 1만원대에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1만원대 5G 요금제가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망 도매대가 협상이 사후규제로 전환되는 점도 아쉽다. 사후규제는 통신사와 알뜰폰 사업자가 망 도매대가 협상을 하고 나면 정부가 그 이후 협상에 부당함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방식이다. 부당성이 발견되면 협상 결과를 반려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기업과 중소 사업자간 힘의 불균형 때문에 생긴 제도로 오는 3월부터 가동된다.

지금까지는 사전규제였다. 정부가 통신사와의 협상에 알뜰폰 사업자 대신 나서는 방식이다. 알뜰폰 제도가 도입된 2010년 3년 일몰 조건부로 도입됐으나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21대 국회에서 일몰을 결정해 사후규제로 바뀌게 된 것이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사전규제 유지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국회는 사후규제 시행 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전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후규제 시행은 처음인만큼 국회 주장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업계 시각은 다르다. 우선 통신사와 알뜰폰간 협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협상 결과가 불리할 수밖에 없고, 협상 후 정부가 문제를 수습한다고 해도 해결되기까지 사업자들이 손해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사후규제를 주장한다. 사전규제를 하면 통신사가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비용을 전가해 애꿏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전규제가 시행된 10년간 그런 문제가 드러난 적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떤 국회의원이 10년간 정부가 협상을 대신해줬으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의 협상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절반에 가까운 통신 시장은 여전히 3사가 차지하고 있다. 사전규제라는 보호막이 아직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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