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국적 절도범 징역 3년4개월
책 17권 훔쳐 가상통화 받고 밀매
유럽 각지 도서관서 최소 170권 도난
고서 가치, 유로폴 추산 39억원 달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 각지 도서관에서 러시아 문학 희귀 판본을 훔친 책 도둑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절도범은 러시아 경매업자가 시켰다고 주장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지방법원은 9일(현지시간) 60만6000유로(약 9억4600만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19세기 출판물을 훔친 혐의로 조지아 국적 미크헤일 잠타라드제에게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리투아니아 검찰은 잠타라드제가 유럽에서 활동하는 고서 절도단의 일원이라고 밝혔다.
잠타라드제는 2023년 5월 가짜 연구자 신분증으로 빌뉴스 대학 도서관에 들어가 알렉산드르 푸쉬킨과 니콜라이 고골의 작품을 포함한 17권의 책을 훔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도난당한 작품과 바꿔치기할 위조품까지 준비해갔다.
잠타라드제는 재판에서 러시아 모스크바의 경매업자가 가짜 신분증과 위조 판본을 주며 범행을 사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훔친 책을 벨라루스를 거쳐 밀매한 후 가상통화로 3만유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잠타라드제가 빌뉴스 대학에 60만6000유로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잠타라드제는 훔친 책의 가치가 10만~12만유로(1억6000만~1억9000만원)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대학이 청구한 배상금을 모두 인정했다.
앞서 유럽연합 형사사법협력기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이후 프랑스, 독일, 폴란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스위스의 도서관에서 러시아 작가의 책들이 사라지자 수사를 진행해왔다.
유로폴은 최소 170권이 도난당했고 고서의 가치가 250만유로(38억9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당국이 선전전을 위해 절도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도난당한 책 중 일부는 나중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경매장에서 판매돼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