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반격··· K콘텐츠부터 만두까지, 글로벌 전방위 공략

2025-10-16

코로나19 이후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비용 부담 속에 실적 부진을 겪어온 CJ그룹이 본격적인 체질 개선과 글로벌 확장 전략에 나서고 있다. 식품, 물류, 콘텐츠, 유통 등 전통 주력 사업을 해외 중심 구조로 재편하며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유통·판매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제조·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모양새다.

CJ는 2020년 팬데믹 이후 대내외 환경 악화로 수년간 실적 정체를 겪었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등 이른바 'CJ 3대 축' 모두가 수익성 둔화와 고정비 부담에 직면했고 그룹 전체의 이익 체력도 약화됐다.

CJ제일제당은 별도 기준 2분기 매출 4조 3224억원(-0.2%), 영업이익 2351억원(-11.3%)을 기록했고, 식품사업 부문만 보면 매출 2조 6873억원(-1%), 영업이익은 901억원(-34%)까지 하락했다. CJ대한통운은 연결 기준 매출 3조 484억원(-0.4%), 영업이익 1152억원(-8.1%)으로 위축됐다. CJ ENM은 매출 1조 3129억원, 영업이익 286억원을 기록하며 작은 반등이지만 여전히 수익성이 취약한 구조를 드러냈다.

그룹은 실적 부진의 원인을 '내수 중심 구조의 한계'로 판단하고 올해부터 전략적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 핵심 거점을 직접 방문해 글로벌 전략을 점검한 것도 이 같은 변화의 흐름과 맞물린다. CJ 내부에서는 이를 단순한 '현장 경영'이 아닌, 그룹 전반의 '글로벌 리빌딩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K푸드 넘어서 K플랜트···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제조 전쟁

CJ제일제당은 식품 부문에서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 기반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기존의 '수출 중심 모델'에서 탈피해 현지에서 제조·공급·판매까지 동시에 수행하는 '현지 대형화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일본 치바현에 신설한 만두 공장은 1000억원을 투입해 최첨단 생산 라인을 갖췄으며 연간 수십만 톤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유럽 시장의 경우 헝가리에 동일 규모의 식품 공장을 건설 중으로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 공장은 유럽 전역은 물론 동유럽과 발칸반도까지 공급망을 확장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자회사 슈완스를 통해 약 7000억원을 투자한 초대형 식품 생산시설을 사우스다코타에 건설 중이다. 완공 시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 '비비고 만두'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식품사들과 달리 마케팅보다는 제조와 유통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CJ대한통운, '물류=기술'로 산업 재정의··· 중동·인도 정조준

CJ대한통운은 기존 국내 택배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중동, 인도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직접 투자를 확대하며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대형 콜드체인 물류센터를 가동 중이다. 뉴욕과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도 총 6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확정됐다. 식품·의약품 등 냉장물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CJ대한통운은 이를 기반으로 북미권 B2B 물류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특히 사우디 리야드에 조성한 중동권역 물류센터는 하루 최대 1만5000건의 배송 처리 능력을 갖춘 중동 진출 핵심 인프라다. 급성장하는 이커머스 시장을 타깃으로, 아프리카·유럽 남부까지 연결하는 복합 허브로 기능하게 된다.

인도에서는 자회사 CJ다슬을 통해 복합운송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인도 정부의 국가물류정책 추진과 디지털화 정책에 발맞춰 IT 기반 플랫폼 기술을 현지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육상·철도 복합운송 계약을 다수 수주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AI 콘텐츠 기업'으로 전환하는 CJ ENM

CJ ENM은 콘텐츠 제작사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기술 중심의 IP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자체 개발한 'AI 스크립트'는 시청자 데이터와 장르별 트렌드를 분석해 콘텐츠 기획에 활용되며 K콘텐츠에 특화된 문맥 해석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네마틱 AI'는 영상 제작 자동화 기술로, 캐릭터와 배경을 3D로 생성하고 영상의 시각적 일관성을 유지하며 제작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 해당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애니메이션 '캣 비기'는 글로벌 누적 조회수 1000만을 넘겼고 후속작 '골든 에그'는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또한 CJ ENM은 광고 기술 영역에서도 선제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VPP(Virtual PPL)'를 도입해 방송 콘텐츠에 가상광고를 자동 삽입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CJ ENM은 이 같은 기술 기반 전환을 통해 콘텐츠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올리브영, 플랫폼이 된 H&B··· "K뷰티 글로벌 게이트웨이로"

CJ올리브영은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국내 H&B 스토어에서, 글로벌 K뷰티 유통 플랫폼으로 사업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글로벌몰을 통한 해외 직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일본(180%), 말레이시아(256%), 영국(300%) 등지에서 고성장을 기록하며, 현지 맞춤형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 진출도 검토 중이며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K뷰티 수요가 높은 지역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올리브영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체 방한객의 약 80%에 달했고, 한국 화장품 구매 국적 수는 189개국에 이르렀다.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K컬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확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CJ그룹은 전통 사업의 한계를 글로벌 전략으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각 계열사는 제조·물류·기술·유통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그룹 전체적으로는 이재현 회장이 강조한 "K웨이브 확장과 글로벌 영토 확보"라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CJ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식품·물류·콘텐츠·유통 등 핵심 사업의 체질 개선과 인프라 확장을 병행하고 있다"며 "단순 수출을 넘어 CJ만의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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