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금요일(14일)이 유력하다더니, 이젠 오는 금요일(21일)이 될 것이란 전망이 줄을 잇는다. 그동안 재판이 열렸던 목요일(20일)이 거론되기도 한다. 아니, 목·금요일에 하면 주말 집회 등이 거세질 수 있으니 수요일(19일)이 나을 거란 주장도 있다. 또 아니, ‘3월 말 4월 초’로 가능성을 넓힌 보도까지 나오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이야기다.
만약 지난 14일에 선고가 이뤄졌다면 이번 주 ‘시선 2035’는 그 결과와 관련한 내용을 쓰려고 했다. 굉장히 시의적절한 주제였을 것이다. 일단 이렇게 마음 먹고 보니, 막상 선고가 없을 경우 쓸 주제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선고가 나오지 않은 지금,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쪽 가능성에 베팅하고 주제 찾기를 미뤘던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다.

비상계엄이 촉발한 경제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선고가 나면 좀 나아질 것이라고들 한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 주체의 미래 판단을 너무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투자를 미룬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정부가 매달 발간하는 공식 경제 진단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는 불확실성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번 3월호에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불확실성을 불경기의 원인으로 지목했으니, 그 뒤에 따라붙는 ‘정책 대응 계획’도 대부분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약속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개인은 거대한 불확실성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특히 취약한 사람들은 청년세대다. 기성세대가 혼란을 수습하는 ‘사회적 결정’에 골몰하는 이 시기, 청년세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미래 상당 부분을 좌우할 ‘삶의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자리에 들어가야 할까, 취업 준비를 더 해볼까? 지금 빚을 내는 게 맞을까, 집은 사야 하나? 결혼을 언제 해야 할까, 아이는 가져야 하나? 국회에만 가면 정책이 표류하는데,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청년세대의 결정엔 난이도가 더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결정할 때를 놓치는 사람, 왜곡된 판단을 하는 사람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청년 시기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엔 ‘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서려 있다. 실패를 응원하는 사회 분위기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혼란이 계속되는 현 상황은 공포를 더하고 있다. 누구나 불확실성 속에 살아간다지만, 정치와 제도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