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피는 봄이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희망을 갖고 목표가 이뤄지길 바란다. 하지만 올 봄은 유난히 대형산불이 많이 발생해 귀중한 목숨을 너무 많이 앗아갔다. 강풍을 타고 화마가 덮쳐 일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이 일순간에 잿더미로 변해 망연자실 하고 있다. 마치 현장의 모습은 전쟁터나 다름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전북에서도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올 봄에도 목련 개나리 벚꽃이 교향곡을 연출하듯 함께 환하게 피어 올랐다. 그 가운데 벚꽃은 화사함의 극치를 이룬다. 전주 삼천변 금산사길 송광사길 마이산길 정읍천변길은 대표적인 전북벚꽃 명소로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겨우내 꽁꽁 얼어 붙었던 추위를 이겨낸 탓인지 활짝 피어난 벚꽃의 자태가 뭉게구름과 솜뭉치처럼 부풀어 올라 장관을 이룬다. 기온차이에 따라 피는 시기가 각기 다르지만 그 아름다움은 견줄대가 없을 정도다.
세상사 모든 게 유한하다는 표현으로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을 쓴다. 순백의 화사한 벚꽃은 봄을 대표하는 꽃이지만 피어 있는 시간이 길지가 않다. 조금만 기다주면 좋으련만 웬걸 비바람이 강하게 불어 닥쳐 마구 흔들어 대는 바람에 꽃잎이 떨어진다. 부여 낙화암에서 삼천궁녀가 꽃잎처럼 떨어지듯 거센 비바람이 불어닥쳐 몰골을 드러내게 만든다. 언제 피었는가 싶었더니 몇일 보고나면 듬성듬성 꽃이파리만 매달려 있다.
우리 인생도 거의 똑같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밤잠 못자고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해서 성공하면 주위에서 흔들어대기 바쁘다. 사촌이 논 사면 배아프다란 말을 우리지역에서 자주 듣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성공을 칭찬은 커녕 마구 흔들어대고 폄훼하니 무슨 좋은 일이 있겠는가. 전북인은 장점이 많지만 그 반대로 시기 질투와 남을 험담하고 뒷담화를 까는 일이 너무 많은 것은 고쳐야 할 일이다. 앞에서 형님 동생하던 사람들이 눈 앞의 이익 앞에서는 협력하기 보다는 다시 쳐다보지도 않을 사람처럼 냉혈한으로 돌변하니 무슨 지역발전이 이뤄지겠는가.
그간 선거가 잦다보니까 지역이 갈기갈기 찢겨 순후 했던 인심이 사나워지고 거칠어졌다. 형님 동생하며 의리를 바탕삼아 살아온 삶의 괘적들이 하나 둘씩 무너졌다. 면전에서 형 동생하던 따뜻한 인간 관계가 자그마한 이익을 앞에서는 다시 안만날사람 처럼 등져버리니 무슨 협력이 이뤄지겠는가. 지금 수치상 전북이 전국에서 가장 자존심 상하게 못사는 낙후지역이 된 것도 남의 탓이 아니라 결국 내탓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갈려는 것보다는 힘으로 완력으로 밀어부치는 일이 너무 많다.
아름답고 화사한 벚꽃을 떨어뜨리는 풍우(風雨) 같은 짓은 안했으면 좋겠다. 2036년 국내 올림픽개최후보지 도시다운 처신을 해야 한다.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번에 경험했기 때문에 화합과 단결로 지역발전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 탄핵정국하에서 오리가 자맥질 하듯 정치권부터 전북몫 찾기에 앞장섰으면 하는 마음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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