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이 ‘유례없는 초박빙’이라더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완승으로 끝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트럼프 지지율을 과소평가한 것은 연속 세 번째다. 2016년에는 85~99% 확률로 힐러리 클린턴 승리를 점쳤지만,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생이었다. ‘샤이 트럼프’로 불리는 백인 노동계층 유권자들을 간과한 탓이었다. 2020년에는 트럼프가 조 바이든에 8%포인트 이상 차이로 완패하리라 예상했지만 실제 표차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
절치부심한 전문가들은 세 번째 실수를 피하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는 응답자 학력이나 과거 투표 방식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으로 트럼프 지지율이 더 잘 반영되도록 여론조사를 보정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가 오차범위 내 초박빙이었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가중치가 너무 높은 것 같다는 노파심 때문이었는지, 선거 당일 카멀라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을 더 높이는 쪽으로 앞다퉈 수정했다.
여론조사가 실제 여론을 100% 그대로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거의 모든 기관들이 같은 방향으로 오류를 범하고, 유독 트럼프 지지율만 3연속 과소평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16년 백인 노동계층의 변심을 간과했던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라틴계 유권자들의 변화를 놓쳤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었던 라틴계의 트럼프 지지율은 2020년과 비교해 14%포인트나 급증했다.
이 오류는 기존 여론조사 방식이 트럼프 주요 지지층인 저학력 노동계층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히스패닉 상당수는 투잡·스리잡을 뛰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여론조사에 응답하기 위해 허비할 시간이 없다. 설문조사원과 전화로 오랫동안 대화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은 나이 많고 진보적인 여성인 경우가 많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설문 응답을 작성하는 사람은 재택근무를 하는 젊은층일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향후 왜 똑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게 된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조사 과정을 복기하는 ‘부검’에 들어갈 것이라 한다. 과연 불명예를 씻을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세 번이나 ‘양치기 소년’의 외침이 돼버린 여론조사전망을 아무도 믿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