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시·버켄스탁과 손잡았다…줄무늬 목욕가운 왜 이리 힙할까

2024-12-28

선물할 일이 많은 연말연시입니다. 최근에는 직접 선물을 사기보다 모바일 ‘선물하기’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요즘 선물하기에서 인기 있는 의외의 품목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수건이에요.

중장년층에게 수건은 각종 행사나 모임에서 받아 오는 ‘증정품’ 에 가까운 물건이지만, 요즘은 수건 하나를 사더라도 소재는 물론 디자인과 브랜드까지 따지는 경우도 많아졌답니다.

오늘 비크닉은 수건을 필두로 소소한 일상용품을 까다롭게 고르는 20·30들의 취향 소비, 그리고 이런 트렌드를 타고 떠오른 덴마크 브랜드 ‘테클라(Tekla)’에 대해 조명해보려고 해요. 왜 이들은 촉감 좋은 침대보, 감각적 디자인의 수건에 열광할까요. 겉옷이 아니라 집에서 입는 수십만 원대 잠옷에 지갑을 열까요.

지금 가장 성장하는 브랜드

하루에도 수십 개의 팝업 스토어가 뜨고 지는 서울 성수동. 그런데 지난 9월 열린 이 브랜드의 팝업은 특별했습니다. 바로 온라인 플랫폼 29CM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쇼룸 ‘이구성수’에서 열린 테클라 팝업이었는데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팝업인 데다, 주로 온라인 혹은 편집숍에서 소품목만 볼 수 있었던 기존과 달리 제법 큰 규모로 진행돼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어서였죠.

테클라는 지난 2017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들어진 홈 패브릭 브랜드입니다. 패션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에서 경험을 쌓은 찰리 헤딘(Charlie Hedin)이 디렉터이자 창립자로, 공동창립자 크리스토퍼 줄(Kristoffer Juhl)과 함께 브랜드를 이끌고 있죠. 10년이 채 안 된 신생 브랜드지만 그 성장세만큼은 대단합니다. 지난해 줄은 WWD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240% 성장했다”고 밝혔어요. 또한 보그 비즈니스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만 브랜드의 매출 규모는 30% 이상 커졌다고 해요.

테클라는 창립자 찰리 헤딘의 개인적 경험에 기반을 둔 브랜드예요. 20대 초반부터 아크네 스튜디오에서 글로벌 홍보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암스테르담·LA·파리 등으로 자주 이사를 했죠. 그때마다 괜찮은 침구와 타월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이탈리아풍 고풍스러운 침구나 이집트산 면을 사용한 고가의 침구 그 반대편에 H&M과 이케아가 있을 뿐이었죠. 둘 다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환경을 의식하면서도 디자인 중심적이며 지나치게 고가는 아닌 가정용 직물을 만들기로 합니다. 헤딘 역시 “오래 쓸 수 있는 고품질의 홈웨어 제품을 갖고 싶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5000파운드(약 900만원)를 쓸 순 없었어요”라고 말합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테클라는 집을 꾸미기 좋아하는 세련된 사람들에게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멋지고 일상적인 물건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침대 시트·파자마·담요·수건·목욕가운 같은 것들이죠. 화려하기보다 단순한 디자인으로 줄무늬 패턴을 사용하거나, 밝은 핑크부터 로열 블루까지 산뜻한 한 가지 색으로 물들인 것이 대부분이죠. 대신 유기농 면이나 친환경(오코 텍스) 인증을 받은 질 좋은 소재를 사용해 질리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도록 한, 말 그대로 목적과 기능에 충실한 제품들이죠.

이런 테클라의 제품들을 보고 있으면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이 떠올라요.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고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니까요. 제품 라벨도 브랜드 이름을 정직하게 적은 로고로 대신했고요. 실제로 테클라는 홈 패브릭 브랜드지만, 모더니즘 건축·디자인 거장들의 디자인을 계승합니다. 스위스 건축 거장 르코르뷔지에가 사용한 색채에서 영감을 받은 담요 컬렉션을 내고, 핀란드 가구 업체 아르텍과 협업한 컬렉션을 내기도 했죠.

테클라는 또한 패션과 건축을 넘나드는 다양한 협업으로 지금의 컬트 브랜드(추종자들을 거느린 브랜드)의 지위를 획득합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스투시, 건축가 존 포슨(John Pawson),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 디자이너 브랜드 자크뮈스, 가장 최근의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오라리와의 협업까지. 이는 테클라의 줄무늬 목욕 가운이 인스타그램을 점령하고, 이른바 연예인 잠옷, 셀럽 수건으로 빠르게 유행의 최첨단에 올라선 비결이죠. 패션 플랫폼 매치스 패션의 홈웨어 바이어 엘라 조엘은 이런 테클라를 두고 “스칸디나비아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혼합해 홈웨어 분야로 확장한 최초의 브랜드”라고 평했어요.

스타일리시 일상 비즈니스

물론 테클라의 부상에는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모두가 실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이런 경험은 머무는 공간과 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도록 만들었죠.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이런 흐름이 계속되고 있어요. 화려한 외투를 사기보다 고가여도 질 좋은 잠옷을 입고 집 안에서 여가를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어요. 마음에 드는 색의 침대 시트를 들이고, 욕실에는 테클라의테리 소재 수건을 걸어두는 식이죠.

빅데이터 분석기업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에서 발간한 『2025 트렌드 노트』는 이런 흐름을 두고 ‘일상의 여가화’라고 표현합니다. 과거 사람들이 집을 떠나 다른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야만 가능했던 특별한 시간이 이제는 집에서 머무는 평범한 하루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예요. 평범한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일상용품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고요.

실제로 감각적 디자인을 앞세운 홈 패브릭 카테고리의 거래액이 커지고 있어요. 온라인 플랫폼 29CM에 따르면 지난 9월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수건(타월) 거래액이 전년 대비 94%, 파자마는 120% 이상 증가했죠. 특히 다채로운 패턴과 색상, 자수·라벨 등으로 포인트를 더한 디자인 홈 패브릭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요.

실제로 테클라처럼 실용에 감각을 더한 브랜드도 늘고 있어요.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를 운영하는 파이브스페이스는 지난달 라이프 케어 브랜드 ‘아오삭’을 선보이고 감각적 침구와 파자마, 욕실용품을 전개하기 시작했죠. 주목할 점은 이런 브랜드들이 목표하는 주요 고객층이 과거 홈 제품이 그러했든 30~50대 사이의 기혼 그룹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오히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즐겨 입는 20~30대 혹은 10대까지도 포함하는 젊은 층, 독립 가구에게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어요.

앞으로 오히려 패션에 가까운 홈웨어, 홈 패브릭 시장은 커질 것으로 봐요. 무엇을 입을지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침대를 어떻게 꾸밀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니까요. 더구나 휴식과 재충전을 갈구하는 젊은 층들에 질 좋고 아름다운 홈 제품은 그나마 합리적인 사치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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