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車관세까지 골든타임 44일…"정부, LNG 치고나가라"

2025-02-16

“4월 2일까지 40여 일이 자동차 산업을 지킬 골든타임이다.”

16일 완성차 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수입산 자동차 관세에 대해 “4월 2일에 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월 2일이 관세 적용 시점인지 부과 계획을 밝히는 날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자동차 관세가 더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자동차 수출액(707억8900만 달러) 중 미국 수출액 비중이 49.1%(347억4400만 달러)인 국내 완성차 업계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액 기준 1위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막상 4월 2일로 시점을 못 박히니 당혹스럽다”며 “개별기업으로서는 협상력에 한계가 있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17~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고위 당국자를 만난다. 이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달 말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 지명자 등 미국 측 카운터파트너와 본격적인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미국산 LNG 사자”…패키지딜 나오나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16년부터 한·미 양국은 승용차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자동차 수출량을 2020년 82만5071대에서 지난해 143만2713대로 73.6% 늘었지만, 미국은 같은 기간 6만7561대에서 4만4296대로 오히려 34.4% 줄었다. 지난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자동차 부문 무역적자는 49조8000억원에 달했다. 자동차 부문만 떼어내 관세 예외를 인정받기에는 미국의 적자 규모가 크다.

업계에서는 해법으로 “패키지딜(일괄타결)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산업 전반을 협상 테이블 위에 놓고 일부 품목에 대해선 미국산 수입량 확대 등을 역제안해 자동차 산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논리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주장이다. 현재 한국은 카타르·오만 등 중동지역에서 LNG를 연간 898만톤(t), 46억4700만 달러(약 6조7000억원)어치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를 미국산으로 돌리자는 내용이다.

이승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도 조심스럽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눈에 확 들어오는 숫자로 제안해 협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등 동맹국이 미국 군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 예정인데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반대급부를 얻자는 주장도 있다.

연 42만대 수출하는 한국GM 부각설

업계에서는 미국 ‘빅3’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생산기지가 한국에 있다는 점을 협상에서 부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GM의 인천 부평, 경남 창원 공장에서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생산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GM이 각 나라에 수출한 47만3165대 중 88.5%인 41만8792대가 미국에 수출됐다.

GM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한국GM에 약 9조원을 투자했는데, 관세로 인해 한국사업장에서 철수하면 매몰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관세로 인한 타격이 현대차·기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내세우면서 저율 관세를 유도하거나 부과 시점을 늦추는 전략을 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구색 마련하는 현대차·기아

지난해 미국에 99만5477대를 수출해 전체 수출량(217만7788대) 대비 대미 의존도가 45.7%인 현대차·기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기 증산을 추진하고, GM과의 협력으로 미국 내 사업망을 확장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면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이자 핵심 실세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라운딩에 동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HMGMA 준공식에 트럼프 대통령 초대를 추진하는 등 현대차그룹이 물밑에서 연일 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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