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푸른 뱀띠 해와 ‘쿤달리니’ 인간 생명 에너지

2025-01-02

열두 띠를 결정하는 것은 목성의 공전주기다. 목성이 태양을 한바퀴 도는 공전주기는 대략 12년이다. 1년도 12개월인데 공교롭게 열두 띠도 12년 만에 한바퀴를 돈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을사(乙巳)년 뱀의 해는 동남쪽 방향에 있다. 왜냐하면 하루 중에서 뱀의 시, 즉 사시(巳時)는 9시에서 11시 방향에 있기 때문이다.

목성이 띠를 결정하는 이유는 그만큼 목성의 크기가 커서 지구에 미치는 중력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목성인 주피터(Jupiter)는 고대 때부터 해와 달 다음으로 지구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행성이라는 사실이 전해졌다. 목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지금에서부터 대략 1만년 전 바빌로니아의 점성술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60갑자를 따지는 60진법 기원도 바빌로니아로 본다. 이를 이어받아 고대 로마시대에서도 목성은 특별한 숭배의 대상이었다.

목성의 12년 주기에다가 각기 동물을 배정한 건 그 해에 태어난 사람들의 운명을 예측하기 위해서였다. 예측은 규칙적인 반복과 순환의 원리에 기초해 있다. 동양에서는 이 12년 순환의 원리를 손바닥 열두 마디에다가 압축시켜서 ‘당사주(唐四柱)’를 봤다. 예를 들면 집게손가락 맨 밑의 마디에 십이지 가운데 제일 첫번째 등장 동물인 쥐를 배정하고, 두번째에는 소를 해서 이런 식으로 열두 동물을 엄지손가락을 뺀 네개의 손가락에 배정시켰다. 오른 손가락으로 나머지 네개 손가락에 배정된 동물들을 생년월시에 따라 짚어나간다. 이것이 당사주다. 중국 당나라 때 확립된 사주를 보는 방식이다.

당사주에서 뱀은 ‘천문(天文)’에 해당한다. 천문은 하늘에서 문장을 부여했다는 의미다. 뱀(巳)은 차가운 지성을 상징한다. 문(文)도 지성을 가리킨다. 글을 쓰려면 객관적 판단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뱀은 오행중 불(火)에 해당한다. 또한 역마살이기도 하다. 그래서 팔자에 뱀이 많으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바쁘다. 돌아다니면서 상대방과 부딪칠 수도 있다고 해석한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뱀이 징그러운 동물이라는 점이다. 십이지 가운데 가장 흉측하다. 왜 이렇게 징그러운 동물을 열두 띠에다가 배정했을까? 좀 예쁜 동물을 등장시키지 않고 말이다. 징그럽기는 하지만 뱀이 지니고 있는 상징이 너무 심오하다는 것이 고대의 지혜였다. 그 흉측함에 비례하여 아주 미스터리하고 상징이 풍부한 동물인 것이다.

고대 때부터 인간의 근원적인 생명 에너지는 뱀에 비유됐다. 인도의 요가에서는 그 에너지를 ‘쿤달리니(Kundalini)’라고 표현한다. 우리 몸의 아랫배 부위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고 여겼다. 그 에너지의 형상이 뱀처럼 생겼다고 본 것이다. 뱀이 세바퀴 반을 똬리 틀고 있으면서 뱀의 대가리는 잠이 들어서 숙이고 있다. 이 잠이 든 뱀을 깨우는 것이 도를 닦는 일이다. 잠이 든 뱀의 대가리를 깨워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수행이고 명상이고 참선이고 화두이다.

인도에서 피리를 불어 코브라가 대가리를 들게 만드는 길거리 쇼가 있다. 이 코브라 쇼는 잠들어 있는 쿤달리니 에너지를 깨우는 과정을 상징화시켜 하나의 볼거리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쿤달리니 에너지가 대가리를 세우고 일직선으로 위로 올라가면 깨달음이 된다. 인체의 뇌로 이 쿤달리니 에너지가 올라가서 폭발하면 그것이 도통한 것이다.

붓다의 머리 주변에 7(8)마리의 코브라가 부챗살처럼 둘러쳐 있는 그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하단전의 쿤달리니 에너지가 붓다의 머리 위로 올라가서 7개의 차크라를 모두 뚫었다는 의미로 필자는 해석한다. 요가에서는 인체의 7개 차크라(에너지 터미널)를 모두 뚫는 것이 목표이다.

이집트의 파라오 모습에서도 코브라가 등장한다. 파라오의 왕관에 뱀의 대가리가 툭 튀어 나와 있는 모습이다. 이것을 ‘우라에우스’라고 한다. 왜 파라오의 왕관에 뱀 대가리를 만들어놨는가? 쿤달리니 에너지가 일곱번째 차크라인 사하스라 차크라를 뚫었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서다. 일곱번째 차크라를 뚫으면 신통력이 생긴다.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과 천상계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초능력의 소유자임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본래 의미를 잃어버렸을 뿐이다.

이 쿤달리니 에너지가 위로 가지 않고 밑으로 가면 어떻게 되는가? 성(性)적인 에너지가 된다. 성적 에너지는 자식을 만드는 데 쓰인다. 위로 가면 도통해서 영생을 얻고, 밑으로 가면 자식을 낳아서 생명을 이어간다. 기독교 구약성경을 보면 뱀이 아담과 이브를 꾀어서 선악과를 따 먹도록 유혹한다. 이것은 쿤달리니 에너지를 위로 올려서 도를 닦는 데 쓰지 않고 밑으로 빼서 성적 에너지로 쓰도록 했다는 의미로 나는 해석한다.

이런 이유로 초기 기독교 수행자들도 남녀 관계를 아주 금기시했다. 사막에 살았던 기독교 교부(敎父)들도 철저히 계율을 지켰다. 불교 수행자도 마찬가지로 이를 금기시한다. 모세가 짚고 다니는 지팡이도 뱀으로 변한다. 이는 모세가 쿤달리니 에너지를 완전히 정복한 사람이라는 상징이다. 힌두교의 성자들도 목에다가 뱀을 둥글게 걸고 다닌다. 에너지를 제압해서 통제 아래에 있다는 의미이다. 뱀은 또한 재생(再生)의 의미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의신(醫神) 아스클레피오스도 뱀이 감긴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 이 에너지로 모든 병을 치유한다. 뱀은 1년에 대여섯 차례 껍질을 벗는다. 껍질을 벗는다는 것은 거듭난다는 의미로 재생을 상징하는 것이다.

올해는 을사년이다. 60갑자 중에서 우리 역사에 등장했던 을사년은 어떤 해가 있었나? 1905년의 을사년이 생각난다. 일본과의 ‘을사늑약’이 맺어져 일제의 강제 병합이 본격화됐던 해이다. 을사년이 우리에게 별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120년 전의 을사년은 일제 식민지로 들어가는 해였지만 올해 2025년 을사년은 한국이 묵은 껍질을 벗고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해가 되리라고 본다.

바로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운을 가리킨다. 잉어가 변해서 용이 된다는 의미다. 그동안에 한국이 잉어라고 하는 물고기의 수준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용이 돼 하늘을 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한국은 올해 뱀이 허물을 벗듯이 혁명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단계로 업그레이드 하는 푸른 뱀의 해가 됐으면 한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칼럼니스트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