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 말은 인기드라마 ‘다모’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한 말이다. ‘한국 드라마 명대사’로 뽑혀서 전설처럼 대를 이어 전해오고 있다.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는 나와 고통을 함께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함께 기뻐해줄 사람, 함께 울어줄 사람이 있으면 행복은 두배로 커지고 슬픔은 반으로 줄어든다.
고통을 잘 참는 사람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교 연구진은 사이코패스 성향과 고통 감내 능력 간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파악하는 테스트와 이들의 팔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실험으로 그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참가자들이 고통을 더 잘 참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학습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고통을 덜 느끼고 쉽게 무시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자기 자신의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사이코패스들이 남을 괴롭히는 이유는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엄동설한에 길거리에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눈이 오든 빙판길이 되든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찬바람과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웃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있는 것일까.
집으로 가는 길목에 붕어빵 포장마차가 있다. 멀리서 주황색 비닐천막이 쳐진 포장마차를 보면 노부부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요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인근 백화점에 ‘황금붕어빵’ 점포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백화점 앞에 그럴듯한 비닐천막을 치고 멋진 붕어빵 캐릭터로 장식을 하고 조명도 화려하게 밝혀 놓았다.
나는 이 길목을 지날 때면 노부부가 하는 붕어빵집을 꼭 들른다. 이 부부는 말없이 무표정하게 붕어빵을 굽다가 내 얼굴을 보는 순간 활짝 웃는다.
이 웃음을 보면 기쁘면서도 가슴이 아려온다. 몇년 새 이 부부의 얼굴에 주름이 많이 늘어났다. 세월이 흐른 탓도 있겠지만 붕어빵 장사가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친구들과 저녁모임을 가졌다. 복잡한 시국을 걱정하며 오랜만에 술도 제법 마셨다.
집에 오다보니 발길이 저절로 붕어빵 포장마차로 간다. 황금붕어빵에 밀린 토종 붕어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붕어들이 들으라고 큰 소리로 주문을 했다.
“오늘은 열마리만 주세요. 집에 손님이 오셨는데 맛있는 붕어빵을 드려야겠네요.”
윤은기 한국협업연구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