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디자인
韓, 복 담는 화려한 천 보자기
中, 액운 막는 적색 봉투 홍바오
日 소원성취 기원 인형 다루마
인도 만다라, 우주의 균형 상징
역사·종교·환경 영향 받는 상징물
아메리카 원주민, 자연 영혼 숭배
특정 동물이나 패턴에 철학 담아
阿 부족, 자연물 상징 문양 사용
‘2025년 새로운 해가 본격 시작이로구나’ 긴 설 명절 연휴가 끝나고 나면, 비로소 한 해를 나아갈 엔진이 제대로 작동되는 것 같다. 어수선하게 들뜨던 마음으로 1월을 보내고 나면, 2월부터가 정말 시작이다. 설날의 모습이 언젠가부터 많이 사라졌지만, 복을 기원하는 마음가짐과 바램은 그 여느 때와 다르지 않다.
요즘엔 보기 드문 명절의 한복 문화의 풍경에도 복을 기리는 문화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 대표적으로 동그랑땡이며, 갖은 전과 차례상의 음식을 포장해 주시던 ‘보자기 문화’가 그러하다.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들을 야무지게 싸서 양손 가득 자식들에게 쥐여 주시던 보자기는 ‘복을 감싸는 것’이라는 상징성이 담긴 ‘복주머니’와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자식들에게 한 해의 복을 가득 챙겨 돌려보내는 부모의 사랑이다. 전통 보자기의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패턴과 오방색(청, 적, 황, 백, 흑)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고가의 선물 세트나 명절 상품을 구매하면서 현대의 패키지 디자인으로도 많이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아리따운 전통 보자기에는 선조들의 지혜와 복을 기리는 마음이 담겨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간절한 염원을 담아 한 해의 무사 무탈함을 기원하는 문화는 전 세계 국가들이 모두 다르지 않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 붉은색 봉투 ‘홍바오’가 그렇다. 중국의 설날, 춘절에 주고받는 홍바오와 거꾸로 붙이는 ‘福’ 자 포스터는 중국인들이 복을 염원하는 전통이다. 붉은색은 예로부터 행운과 부를 상징하고 나쁜 액운을 막는 의미가 있다.
화려하고 복잡한 패턴으로 복을 기리는 문화는 인도의 ‘만다라’아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도 소지하고 있는 만다라는 우주의 균형과 평화, 즉 조화를 상징하며 명복을 부르는 요소로 사용된다. 만다라 아트의 상징과도 같은 로터스 패턴은 불교의 연꽃을 상징하는데, 연꽃(로터스)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면서도 맑고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하는 꽃으로, 우리의 인생과도 닮아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번영과 깨달음을 의미하는 로터스 패턴은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고 도전하는 사람의 모습을 투영하여 표현한 것이다. 만다라는 단순한 디자인 패턴으로써의 의미를 넘어서, 무한한 가능성과 끝없는 성장을 상징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단순히 보고 간직하는 패턴이 아닌 행동을 일깨워 의미를 극대화하는 복의 문화도 있다. 일본의 ‘다루마 인형’과 ‘마츠리 장식’이다. 다루마 인형은 성공과 끈기의 상징으로 소원성취를 기원하며 널리 사용된다. 다루마 인형은 둥글고 무게 중심이 낮아 쉽게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나는 형태로 제작이 되는데, 이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하나의 디자인 특징은 인형의 눈이다. 두 개의 눈에 동공이 그려지지 않고, 한 쪽에만 그려진 것이 흥미로운 포인트이다. 이는 자신이 바라는 소원이 이루어지면 다른 쪽 눈을 그려 넣는 행위를 통해 목표 의식을 높이는 것을 유도한다. 일반적인 부적은 단순히 구입해서 잘 간직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다루마는 염원을 실현하는 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목표를 완수할 때까지 오로지 한 개의 눈만 갖게 되기 때문에, 그것을 볼 때마다 자신의 목표와 바람을 떠올라 결국 그것을 완수할 때까지의 동기부여와 자극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넛지 효과’가 적용된 부적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복을 상징하는 문화와 디자인적 모티브의 유래는 어디서부터일까? 각국의 역사, 종교, 철학, 자연 환경 등 다양한 요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복(福)은 단순히 행운을 넘어 건강, 풍요, 장수, 번영 등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긍정적인 가치를 포함한다.
유럽의 경우, 그리스와 로마 신화를 보아도 알 수 있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다채로운 신들이 나와 그들이 지니고 있는 소중한 가치들을 수호하기 위하여 싸우고 이겨 지켜낸다. 이는 인간 삶의 모습이 투영된 것과 같아 신들의 모습을 통해 무엇이 더 소중하고, 어떠한 가치를 깨달으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신들은 모두 자연물로부터 귀인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이기에, 그들의 번영과 복을 바라는 믿음 또한 자연물에 깃들 영혼에 대한 숭배로부터 시작되었다.
예컨대, 아메리카의 원주민은 ‘모든 자연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으며, 특정 동물이나 패턴이 보호와 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철학이 담겨 탄생한 디자인들이 하나 둘 표현되어 오늘날 복을 기원하는 상품화가 된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사상이 담겨 만들어진 복을 기원하는 디자인 ‘드림 캐처’는 나쁜 꿈을 걸러내고 좋은 꿈을 불어오게 한다는 뜻이며, 번개 문양은 영적인 보호를 의미한다. ‘드림 캐처’가 많은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예쁜 디자인 때문이다. 그물진 동그란 몸체와 하늘하늘 한 깃털 장식이 마음을 몽실몽실하게 만드는 어여쁜 드림캡쳐는 눈길이 잘 머무는 곳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힘이 있다.
아프리카의 부족 신앙 역시, 조상 숭배와 대지의 영혼을 통해 풍요와 복을 기원했다. 자연물을 상징하는 아이콘들인 ‘아딘크라(Adinkra)’ 문양은 그 수많은 아이콘 하나하나에 디자인의 모티브가 존재하고, 각각의 의미도 부여되어 있다. 상형문자와 같은 아이콘들의 의미 중에는 ‘지도자의 머리, 하나 된 마음, 맞잡은 손, 나는 당신이 두렵지 않아요, 돌아서서 불러오다, 뽐내거나 자랑치 않음’ 등 의미를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 문양들은 재 각기 의미를 담고 유니크한 패턴의 공예품, 의복, 축제 등을 꾸미는데 활용이 된다. 아딘크라 문양과 켄테 직물은 가나의 대표 민족인 아산티족의 고유한 산물로, 아산티 지배층의 권력을 상징하며, 가나인을 문화적으로 구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세계 각국의 복을 기원하며 살아가는 문화는 모두 동일하다. 다만 어떻게 표현하고 활용해 얼마만큼의 의미를 부여하냐는 자신에게 달려있을 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에게도 전 세계의 모든 복이 갖가지 방식으로 깃들어 바라는 일들이 술술 풀리기를 소망해 본다. 202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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