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온 가족이 모여 덕담을 주고받으며 한 해를 맞이하는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 중 하나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권의 많은 나라가 새해를 기념하며 설날을 보내는 데, 일부 중국 누리꾼은 이런 설날을 ‘중국설’이라며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왜 그럴까? 또 한국이 구정(음력설)과 신정(양력설)으로 설날을 구분하게 된 이유도 살펴봤다.
◆구정·신정 둘 다 우리 ‘설날’…양력 도입하며 구분=조선시대까지 우리 조상이 쓰던 달력은 음력이라, 대대로 지내던 설날은 ‘음력 정월 초하루’인 1월1일이다. 그런데 고종황제가 ‘양력’을 도입하면서 이때부터 양력 1월1일을 ‘신정’(新正)으로, 본래 지내던 ‘음력설’을 옛날의 설이란 뜻의 ‘구정’(舊正)으로 구분해 부르고 있다. 또 음력과 양력은 한 해의 날짜수가 각각 354일, 365일로 다르기 때문에 매년 1~2월 사이로 구정의 날짜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단 윤년(閏年)은 제외한 날짜수다.
일제강점기엔 우리 민족 명절을 말살하려는 의도 중 하나로, 신정을 우대하고 구정을 쇠지 못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당시 구정이 아예 공휴일에서 제외됐고, 광복 후에도 얼마간 구정이 평일이었으나, 대대로 음력을 쓰던 우리 국민이 자체적으로 음력설의 전통을 지켜온 것이다.이후 ‘구정’은 1985년, 90년 만에 ‘민속의 날’이란 이름의 공휴일이 되고, 1989년 ‘설날’이 되고, 1990년부터 연휴로 지정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한복 입은 미키, 중국 누리꾼이 저격한 이유=최근 월드디즈니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에서 개최된 ‘설 기념행사’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선 한복을 차려입은 미키와 미니 마우스가 손을 흔들고, 우측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한글이, 상단에 ‘음력설’(Lunar new year)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해당 게시물에 중국 누리꾼들이 ‘음력설’이 아닌 ‘중국설’(Chinese new year)이라고 주장하며 수많은 댓글을 달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의 공식 계정엔 “한국이 설을 훔쳤다”는 중국 누리꾼의 글도 이어졌다.
◆설날은 여러 아시아 국가의 전통명절=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같은 중국 누리꾼의 억지 주장에 대해 “비뚤어진 중화사상과 문화 패권주의적 발상이 아시아권의 보편적인 문화를 자기만의 문화인 양 댓글 테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서 교수는 “지금까지 서구권 주요 도시의 차이나타운에서 설을 맞아 대규모 행사가 열려 ‘중국설’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주요 뉴스의 한 장면으로 중국의 설명절 풍경이 소개되는 등 서양권에선 설날의 영어 명칭을 ‘Chinese new year’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날은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등 많은 아시아권 국가가 새해를 맞아 기념하는 명절 문화다. 중국에선 ‘춘제’(春節), 베트남에선 ‘뗏’(TET), 인도네시아에선 ‘임렉’(Imlek)이라고 부르는 등 음력설에 대한 명칭만 다를 뿐이지 모두 전통명절로 삼고 있다.
이에 서 교수는 "설날을 ‘음력설’로 표시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하며 “전 세계에서도 중국설 표기를 ‘음력설’로 바꾸고 있다”며 모든 것이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억지 주장의 어리석음을 꼬집었다.
김은혜 기자 ehki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