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만날 때 종종 연출되곤 했던 '매복 공격'이 이번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벌어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이후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를 찾은 일부 정상들을 상대로 '공개 망신'을 주는 듯한 외교적 결례를 자주 일으켜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지난 2월 볼로디미르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미국이 없으면 당신에게는 아무 카드도 없다"고 말했고, 준비된 오찬도 함께하지 않아 "사실상 쫓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5월 백악관을 찾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살해' 의혹의 근거라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백인 희생자 관련 기사를 출력한 종이 뭉치를 건넸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자주 웃고, 농담을 섞어가며 대화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에 힘써 달라고 부탁하며 "김정은과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서 나도 (가서) 골프도 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골프' 이야기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취재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방문 계획을 묻자 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비행기를 같이 타고 가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명록 서명식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이 사용한 펜에 관심을 보이며 "직접 대통령께서 가져오신 것이냐", "어디서 받은 거냐", "두께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정말 멋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즉흥적으로 펜을 선물로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용하진 않겠지만, 선물로 영광으로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화답했다.
25일(현지시간)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약 2시간 20분간 이어졌다. 이날 낮 12시 32분께 이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착한 뒤 12시 42분부터 오후 1시 36분까지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약 54분간 공개 회담이 진행됐다.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고, 양국 대통령은 캐비닛룸에서 확대 회담을 가진 뒤 업무오찬 시간을 가졌다. 이로써 오후 3시 1분까지 총 2시간 20분가량 회담이 진행됐다.
앞서 대통령실은 업무 오찬까지 합쳐 총 2시간가량 정상 회담이 이어질 것이라 밝혔는데, 실제로는 20분가량 길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