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들이 다시 '이자장사' 논란에 휘말릴 조짐이다. 사실 이자수익은 은행 본업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억울할만하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손쉽게 늘린 이자수익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뜻이 옳다. 은행에 요구되는 경쟁력에는 이자수익과 더불어 '공공성'과 '신뢰'도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이후 은행 수익 환원 논의는 기존보다 정교해져야 한다.
먼저, 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금융 접근성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디지털 금융 환경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이나 소외 지역 금융 접근성은 여전히 한계가 크다. 은행이 이런 격차를 줄이는데 기술적 투자를 확대한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긍정적 인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대면 서비스에 투자를 늘려 금융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사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해보자. 디지털 소외계층 불편을 덜고, 금융 포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고금리로 확보한 자금을 사회적 투자로 환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공공 인프라 확충이나 친환경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와 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 최근 ESG 경영이 중요시되는 흐름 속에서, 은행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투자에 나서면 공공성 증대와 사회적 신뢰 회복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중소기업 지원 펀드 등을 마련해 기업 성장과 고용 창출에 도움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투자는 은행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책임 있는 경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은행이 '이자장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본업 안정성과 사회적 기여를 조화롭게 실천하는 균형 잡힌 경영이 필수적이다. 고금리를 배경으로 급증한 이익을 단순히 주주 배당으로만 이어가는 대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대한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