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소폭 상승한다는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5명으로,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가 1명에도 못 미친다. 매년 ‘세계 최저 출산율’ 보도가 이어지며 이러한 숫자는 대중에게도 익숙해졌지만, 왜 출산율이 이토록 낮아졌는지, 어떤 정책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초저출산의 인구학적·사회구조적 요인
데이터는 한국에서 ‘늦게, 적게 낳는 것’을 넘어 ‘아예 낳지 않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40세 기준 미혼 비율과 무자녀 비율 모두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다(도표 1). 1980년생 여성의 40세 무자녀 비율은 25%에 달한다. 특히 미혼 비율과 무자녀 비율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결혼=출산’이라는 공식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결혼이 늦어지거나 자녀 수가 줄어든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자녀를 갖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초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한국의 특징이다.

젊은 층의 미래 신뢰 회복이 중요
연금·조세·건보 등 지속 가능해야
현금지원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
일회성 인센티브론 출산 못 늘려
여성에게 편중되는 정책은 한계
근로시간 등 일하는 문화 바꿔야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의 이면에는 보다 근본적인 사회구조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높은 주거비와 청년층의 고용 불안정(Dettling & Kearney, 2014), 강도 높은 양육 문화와 사교육 경쟁(Doepke & Zilibotti, 2019; Kim et al., 2024),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Kearney & Levine, 2025)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중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두 가지 특징에 주목한다.
첫째, 고속 경제성장과 느린 사회규범 변화의 충돌이다(Hwang, 2016; Goldin, 2025). 한국은 산업화와 교육 확산을 통해 서구 선진국이 100여년에 걸쳐 경험한 변화를 불과 몇십 년 만에 이루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역할’과 같은 규범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국제 비교 사회조사인 World Values Survey 자료(2017-2022년)를 보면 한국의 20~35세 응답자 중 61%가 “어머니가 일을 하면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항에 동의했다(도표 3). 선진국 중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로, 맞벌이가 일·돌봄을 병행하기 어려운 근로·육아환경과 어머니를 주양육자로 보는 인식을 반영한다. 그렇다 보니 첫 출산을 기점으로 한국 여성은 큰 역할 변화를 겪는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1976~85년생 부모를 추적한 결과, 자녀 출생 전후 남성의 소득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여성의 소득은 출산 1년 전 대비 약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도표 2). 이는 북유럽(약 20%, Kleven et al., 2019)과 미국(약 30%, Kleven, 2022)보다 큰 폭으로, 출산 이후 상당수 한국 여성이 노동시장을 이탈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일하는 아버지와 돌보는 어머니’라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근로자의 가정 내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장시간 노동과 경직된 근로문화, 일하는 부모에게 적합하지 않은 보육·교육 환경 또한 이러한 사회규범의 부산물이다. 여성은 육아 부담 속에서 일하기 어렵고, 남성은 장시간 근로로 돌봄에 참여하기 어렵다.
둘째, 고속성장 시대가 막을 내린 지금, 젊은 세대가 느끼는 미래 불안 역시 출산 의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동안 정책 논의가 양육비나 경력 단절 등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에 집중되었다면, 출산 포기의 배경에는 사회 전체의 미래에 대한 인식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사회학 연구에서 논의되는 ‘사회적 비관주의(societal pessimism)’는 사회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일수록 부모가 될 확률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Ivanova & Balbo, 2024). 올해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 응답자의 절반이 ‘한국은 앞으로 더 성장하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아이를 위한 일’이라는 응답도 절반을 넘었다.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제도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젊은 세대의 출산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가족정책 효과 평가의 한계
지난 20년간 정부는 저출산 대응을 위해 다양한 가족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럼에도 초저출산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 가족정책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흔히 사용하는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낳은 실제 자녀 수가 아니라, 당해연도 15~49세 여성의 연령별 출산율을 합산한 ‘합성 지표’이다. 출산 시기만 앞당겨지거나 늦춰져도(tempo effect) 값이 변한다. 실제 정책 효과를 파악하려면 한 세대가 40대에 도달했을 때까지 낳은 총 자녀 수를 확인해야 하는데, 본질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둘째, 정책의 효과를 판단할 실증근거가 매우 부족하다. 정책 도입 전후 육아휴직 수급자·미수급자 통계는 존재하지만, 이러한 비교로는 정책의 ‘인과효과’를 식별하기 어렵다. 시간 경과나 집단 간 특성 차이 등 정책 외적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육아휴직 수급자의 둘째 출산 확률이 미수급자보다 높다고 해도, 이는 정책 효과가 아니라 애초에 육아휴직 사용이 수월한 대기업·공공기관 근로자들이 둘째를 낳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일 수 있다. 정책의 실제 효과를 파악하려면, 정책의 영향을 받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이 외생적으로 구분되는 실험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특정 정책이 출산율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는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출산은 개인의 생애 전반에 걸친 결정이기 때문이다. 출산은 환율이나 주가처럼 단기 충격에 반응하는 변수가 아니다. 한 번의 선택이 개인의 삶의 궤적을 수십 년간 바꾸는 비가역적 결정이기 때문에, 경기의 일시적 개선이나 일회성 인센티브만으로 출산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Kearney & Levine, 2025).
이런 점에서 정책의 단기 효과와 장기 효과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 단기적으로 출산율이 상승한 것처럼 보여도 이는 실제 자녀 수 증가가 아니라, 이미 자녀를 계획한 부부가 출산시기를 조정한 결과일 수 있다. 반대로 단기 변화가 미미하더라도, 정책이 사회규범을 바꾸며 장기적인 파급효과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Dahl et al., 2014).
따라서 단기적인 출산율 증감만으로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0.8명으로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이는 코로나 이후 미뤄졌던 결혼·출산이 반영된 출산시기 조정(tempo effect)의 결과일 수 있다. 실제로 젊은 세대의 출산행태의 추세가 반전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가족정책, 그 이상의 과제
따라서 저출산 대응 정책은 단기 지표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근본적 요인을 겨냥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단기적 현금지원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출산은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결정이기 때문에 일회성 인센티브가 출산시기를 조정할 수는 있어도 자녀 수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저출산 정책과 복지는 다르다.
둘째, 여성 중심으로 설계되거나 결과적으로 여성에게 편중되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육아휴직도 남성의 참여를 충분히 유도하지 못하면 오히려 여성의 경력단절을 확대하고, 기업이 여성 채용을 기피하게 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아빠 육아휴직 활성화는 남성의 돌봄 참여를 늘릴 뿐 아니라 성 역할 인식과 직장문화의 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셋째,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과 근로조건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클로디아 골딘 교수의 지적처럼, 부모가 자녀와의 시간을 모두 외부에 맡겨야 한다면(아웃소싱) 애초에 자녀를 낳을 이유가 없다.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등 각 현장에 맞는 유연근무제 확산을 통해 근로자의 시간 제약을 완화하여, 남녀 모두가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기업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는 사회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연금·조세·건강보험 등 사회기반제도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사회제도 재설계는 재정 문제를 넘어, 젊은 세대의 출산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은 추진이 쉽지 않고,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초저출산의 복합적 원인을 고려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대응이다.
◆황지수 교수=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노동경제학 권위자이자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가 박사 논문 지도교수였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과 한국외국어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를 거쳐 2021년부터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유전공학부의 첫 여성 교수다. 노동경제학, 인구경제학, 응용미시경제학을 주로 연구한다.
황지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