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공지능(AI) 석학들이 '과학AI'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학, 화학, 물리 등 과학에 근간한 전문 AI를 개발, 바이오 등 유망산업 육성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석차옥 한국과학AI포럼 대표의장(서울대 화학과 교수)은 전자신문에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선 '공공 과학AI'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강국의 의미가 핵심 산업에 AI를 접목,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인 만큼 바이오, 우주항공, 첨단소재 등 유망 산업 육성을 위해 전문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석 대표의장은 “AI 3대 강국 도약이 정치적인 구호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선 AI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규정, 개발 및 적용 로드맵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각 영역마다 학습하는 데이터, 활용 방식이 모두 다른 만큼 별도 AI 모델 개발은 필수”라고 말했다.
지난달 발족한 한국과학AI포럼은 석차옥 서울대 화학과 교수를 주축으로 강재우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김우연 KAIST교수, 이승근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 심은지 연세대 화학과 교수 등 우리나라 과학, AI 석학 18명이 모여 만든 학술단체다. 텍스트·이미지 학습에 기반해 문제를 푸는 '범용 AI'를 넘어 과학의 원리, 데이터, 연구방법을 AI 문제 정의와 설계 전반에 반영해 과학적 진보를 이끄는 AI 개발이 목표다.
석 대표의장이 과학AI를 강조하는 이유는 범용AI 만으로는 바이오, 첨단소재, 에너지, 우주과학 등 영역에 디지털혁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대언어모델(LLM)의 경우 방대한 언어모델을 학습해 결과를 생성한다. 그러나 신약개발 등에 활용하기 위해선 분자구조, 화학반응, 물리적 원리 등 데이터를 학습해 원리 기반의 과학적 관계와 복합한 현상을 추론하는 AI가 필요하다. 석 대표의장은 신약개발 AI 기업 갤럭스를 운영하며 이 같은 한계를 경험했다.
석 대표의장은 “생명공학, 화학, 지구과학 등은 기본적인 문제 정의부터 구조파악, 해결방법론까지 일반 산업과 다르기에 우리가 흔히 쓰는 언어모델을 적용하기에 제약이 많다”면서 “기초과학에 근간을 둔 전용 AI 모델을 만들어 기존 지식이나 데이터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과학적 원리를 발견하는 한편 분절됐던 과학 분야도 통합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AI포럼은 정부 주도 아래 전문 연구기관, 학교 등에 흩어진 과학 데이터를 모아 '공공 과학 데이터 뱅크'를 만들고 분야별 파운데이션 모델, 예측·생성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세분화됐던 과학도 유기적으로 연결해 융합연구 환경을 마련하고, 기업·기관 등이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AI 모델을 개발해 산업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같은 제안을 공유하는 첫 출발로 내달 16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과학AI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석 대표의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과학이 발전하면서 세분화되고 심화됐는데 결과적으로 영역의 분절을 유발했다”면서 “이제는 과학AI를 통해 거대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제시해 학문적 통합과 융합적 혁신 결과 도출 등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