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확보 시급한데".. 규제 발목잡힌 보험사들 [초고령화 위기①]

2024-10-10

내년부터 韓 '초고령 사회' 진입... 요양시설 확충 시급

75세 이상 인구 중 1인 가구 상당수, 치매환자도 급증

보험사들, 속속 요양사업 진출... 비용·규제가 '발목'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다. 당장 내년부터 전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로 요양·주거시설의 확충이 대두된다. 현 상태로는 향후 ‘복지공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개선을 위한 정책·제도적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요양·주거시설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선 보험사 등 민간기업의 투자를 독려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인구구조 변화로 수익구조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요양사업은 매력적인 먹거리 사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두터운 ‘규제의 벽’은 보험사들의 요양사업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시장경제>가 고령화에 따른 국내 요양사업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봤다.

‘고령화’라는 말이 언뜻 실생활에서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명백한 현실에 직면해 있는 문제다. 통상적으로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2025년을 기점으로 ‘초고령 사회’ 진입이 예정돼 있다. 2036년이 되면 30%, 2043년에는 36%로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흔히 ‘초고령 사회’의 대명사로는 일본을 떠올리지만, 일본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데 11년(1994~2005)이 소요된 반면, 우리나라는 단 7년(2018~2025)이 걸렸다.

고령자 중에서도 75세 이상은 적극적인 돌봄이 필요한 ‘후기 고령자’에 해당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후기 고령자 인구는 올해 411만명 수준이지만, 2040년경에는 989만명으로 두 배 증가할 전망이다.

후기 고령인구 중에는 부부 또는 홀로 생활하는 비율이 높다. 여기에 치매환자 수도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한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가 2025년 100만명을 넘고, 2050년에 이르면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동이 어렵거나 치매를 앓고 있는 고령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요양 돌봄시설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1.3%가 거동이 불편할 시 돌봄시설에 입소하고 싶다고 답했다.

올해 보험연구원이 65~79세 고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자돌봄주택 이용 의향 조사’에서도 중산층 고령자의 72%가 돌봄주택 이용을 희망했다. 그 이유로는 ‘자녀 등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어서’ 등의 응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초고령 사회’라는 인구구조의 시계바늘을 되돌리기 어려워진 시점에서, 보험사들은 이른바 ‘실버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물론, 상조 서비스와도 연계할 수 있어 보험 사업영역과 궁합이 맞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은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불과 10년만에 두 배나 커지는 시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고령자 요양·주거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노인복지주택은 전국 40개소 9006세대에 그친다. 장기요양시설의 경우에는 6259개소로 약 2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영세 개인사업자인데다 지역별 수급 불균형 문제가 적잖다.

국내 보험사 중 가장 먼저 실버케어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곳은 KB골든라이프케어다. 2016년 KB손해보험이 설립한 KB골든라이프케어는 지난해 9월 KB라이프생명이 자회사로 편입해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노인복지주택 ‘평창카운티’와 요양시설 ‘서초빌리지’, '위례빌리지'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야간 보호센터인 강동케어센터, 위례케어센터도 개소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도 올해 초 시니어 사업 전담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설립했다. 내년 경기 하남에 60~70명 규모 도시형 노인요양시설을 개소할 예정이다. 서울 은평구에도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실버타운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삼성생명과 하나생명, NH농협생명, DB손해보험 등도 요양사업 진출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자금력을 가진 주요 보험사들이라고 해도, 실버사업 진출에는 적잖은 비용과 규제로 인한 리스크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고령자 요양·주거시설의 유형은 크게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노인주거복지시설과 노인의료복지시설로 나뉜다. 노인주거복지시설로는 노인복지주택, 이른바 ‘실버타운’이 대표적이다. 노인의료복지시설은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노인복지주택과 노인의료복지시설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설치자 직접 운영’이 원칙이다. 즉, 보험사가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선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 증빙서류를 정부부처에 제출해야 한다.

토지나 시설의 임대만으로는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보니,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보험사가 오롯이 감수해야 한다. 이는 이용자의 비용 증가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경기지역 실버타운의 월 이용료는 300만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전해졌다.

노인복지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세부규칙의 모호성으로 인해 벌어지는 분쟁도 무시할 수 없다. 일례로 KB골든라이프는 ‘인력배치 규정’을 두고 건강보험공단과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8월 건보공단은 KB골든라이프가 장기요양급여를 부정수급했다며 업무정지 및 20억여원의 지원금 환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세탁업무’를 법에서 규정한 위생사가 아닌, 요양보호사가 대신한 것이 명백한 법 위반이라는 이유지만 요양업계에선 해당 규정에 대해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스크적인 측면에서 요양사업은 쉽지 않은 사업”이라며 “서비스 대상이 고령자와 같은 취약자이기 때문에 규제와 관리감독은 강한데, 인센티브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요양업계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들도 요양사업에 진출하고는 싶은데 고려할 게 많아 꺼리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일본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관련 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이 크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굉장히 세세하게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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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표 기자 yukp@meconomynews.com

원칙이 곧 지름길. 재계·中企·소상공인 정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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