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식(52)은 20년간 전 세계 오지 1만㎞를 달린 한국 최고의 트레일 러너(Trail Runner)다. 그런데 체형은 평범했다. 키 170㎝에 몸무게 72㎏. 근육질 장딴지나 허벅지도 아니다. 지난달 건강검진을 했더니 지방간에 고콜레스테롤, 체지방률은 20%를 넘겼다고 한다. 주위에 흔한 50대 아저씨 몸이다. 그래도 오는 8월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리는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UTMB) 100마일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네 번 완주했다. 죽기 전에 이 대회를 열 번 완주하는 게 목표다.
UTMB는 전 세계 내로라하는 1만 명의 트레일 러너가 모이는 꿈의 무대. 트레일 러너라면 “죽기 전에 꼭 한번 달리고 싶은” 대회다. 해발 2000~2500m 안팎의 몽블랑 산길 170㎞를 46시간 이내에 주파해야 한다. 아무나 뛸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년간 월드시리즈를 돌며 포인트를 쌓아야 하고, 자격을 갖춘 후에도 ‘당첨’이 돼야 부름을 받는다.
“작년 대회를 뛰고 겨울에 놀아서 살이 좀 쪘을 뿐, 다음 달부터 열심히 달리면 8월까지 충분히 몸을 만들 수 있어요. 산길을 달리는 게 몸에 익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50㎞, 100㎞를 뛴 경험이 있다면 대부분 도전할 수 있어요.” UTMB를 네 번 완주한 사람은 한국에선 그가 유일하다.

“나이 오십이 넘어갈수록 산길을 달리는 게 좋아요. 로드(Road)를 달리는 것도 좋지만, 산을 뛰어야 근력이 생기고 몸의 다양한 근육을 활용할 수 있거든요. 정신건강엔 훨씬 좋고요. 지금 시작해도 울트라 마라톤, 사막 마라톤 다 할 수 있어요.” 그는 사하라 마라톤(250㎞)을 포함해 200~300㎞ 달리는 사막 마라톤만 15번 완주했다.
트레일 러닝은 요즘 가장 핫한 스포츠다. 세대를 막론하고 입문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업계에선 “지금까지 로드만 뛰던 사람과 산을 걷기만 한 사람들이 모여 산을 달리니 저변이 늘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산과 들판, 사막, 빙하 등 비포장 트레일을 장시간 달리는 운동으로 자연을 달리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전국에서 치러지는 대회가 연간 20~30개 될 정도로 확산 중이다. 마치 2000년대 초반 시·군마다 마라톤대회를 열었던 것처럼 열기가 뜨겁다. 안씨는 “올해가 트레일 러닝 대회의 정점이 될 것 같다. 내년이면 봄부터 가을까지 매주 대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대를 막론하고 입문자가 늘고 있는 트레일 러닝. 그의 말처럼 50대에 입문해 UTMB까지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