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이라 말할 때 낮에는 새가 듣고 밤에는 쥐가 듣는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건 꼭 그런 건 아니다. 다람쥐나 프레리독처럼 낮에 활동하는 쥐도 많고 부엉이처럼 밤에 활동하는 새들도 제법 많다. 올빼미류야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만 ‘나이트 헤론’이라 불리는 해오라기나 새벽에 기이한 휘파람 소리를 내는 호랑지빠귀 그리고 쏙독새도 야행성에 가까운 새들이다.
오늘 이야기할 새가 바로 ‘녹터널 애니멀스’ 즉 야행성이자 은둔의 고수여서 우리 대부분이 잘 모르는 쏙독새이다. 최근까지 나 역시도 실체를 본 적이 없었는데 작년 여름에 구조센터에 한 마리가 구조돼 들어와 그 모습을 영접한 적이 있어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녀석들은 은둔의 황제하고 불리듯 워낙 행동이 은밀해서 소리 이외엔 좀처럼 실체를 확인할 수가 없다. 낮에는 나무 위에 올라가 마치 나뭇가지와 하나가 된 듯 조용히 숨만 쉬고 있다. 모양도 스나이퍼들이 위장복을 둘러쓴 것처럼 완벽한 나무 문양을 하고 있다. 마치 ‘나는 나무다!’하고 자기 암시에 들어가 있는 상태로 침묵의 낮을 보닌다. 그러다 밤이 되면 낮 동안 답답했는지 쏙쏙쏙 하고-굳이 비유하자면 다슬기를 입으로 쪽쪽 빨아먹는 먹는 듯한 독특한 소리-자기 존재감을 소심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이름도 쏙독새이다.

그런데 외국에선 이들을 ‘나이트 자(night jar)’라고 부른다. 밤의 항아리? 왜 그럴까? 모양만 봐선 전혀 모르겠지만, 이들이 입을 벌리면 깜짝 놀랄 반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작은 부리를 벌리는 순간 커다랗고 빨간 입속이 확 드러나는 요술을 부린다. 그 안이 하도 커 보여서 마치 작은 입구를 가진 큰 빨간 항아리 속 같아 보인다.
요즘 들어 특히 인기 있는 쏙독새들도 있다. 아마도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포투’가 대표적일 것이다. 현지에선 ‘우루타우’라고 부르기도 한다. 녀석은 쏙독새 특유의 위장색 그리고 그 항아리같이 큰 입에 더해 커다란 노란 눈망울에다 흔히 새벽에 동네 주변 울타리에 앉아 꿈이나 만화 속에 나올듯한 독특한 외모를 친근하게 드러낸다.
다음은 호주 대륙에 사는 개구리입쏙독새, 그들 부모 새는 그냥 다른 나라 쏙독새와 비슷한데 새끼 때만큼은 마치 하얀 솜털 뭉치 모양으로 생기고 눈이 게슴츠레해서 ‘월요일 새’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왜 그 월요일에 출근하기 싫고 지쳐 보이는 것 같은 표정인데 생김새가 워낙 귀여워서 마치 새가 아닌 실타래를 대충 뭉쳐 눈만 붙인 인형 같다. 실제로 솜털 뭉치로 비슷한 인형을 제작하기도 한다. 엽기 토끼의 새 버전 정도라고 상상해도 되겠다.

다음은 저번 용 편에서 소개한 적 있는 ‘드래곤 버드’다. 눈에 귀깃이 있어 마치 용처럼 보이는 드래곤버드 역시 동남아시아의 쏙독새이다.
미국의 흰꼬리쑥독새는 겨울에 동면하는 유일한 새이며 동면 기간이 수주에서 수개월에 이른다.
남도민요 새 타령 중 ‘이 산으로 가면 쑥국, 쑥국’이란 가사 주인공이 혹시 쏙독새인가 했더니 구구구 우는 산비둘기 울음소리(?)라고 한다.
서정시에도 달빛 이는 고요한 밤에 들리는 쏙독새 소리를 밤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종종 묘사하곤 한다. 예부터 머슴새라고 불리는 까닭도 어스름해서 소를 몰고 돌아오는 머슴의 뒤로 흔히 쏙독새가 울어대서 그렇다. 이런 새가 어떤 경로도 미아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정서 속에서도 점점 잊혀져가는 희미한 이름임에는 분명하다. 야생동물들에게 이런 상황은 오히려 더 반가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간섭은 말되 최소한 기억은 해야 한다. 쏙쏙쏙, 쏙독쏙독쏙독하는 소리가 어느 여름밤에 들려오면~
최종욱 (수의사)
▲쏙독새( jungle nightjar, grey nightjar 외쏙독새)
-학명: Caprimulgus indicus
-분류: 척삭동물문 > 조강 > 쏙독새목 > 쏙독새과 > 70~80종, 우리나라의 여름 철새, 중국남부,동남아에서 월동
-서식지: 평지에서 해발 500∼1500m의 낙엽 활엽수나 침엽수림 등의 산림과 관목이 발달되어 있는 풀숲
-크기: 몸길이 약 29cm
-먹이: 어두워질 무렵에 공중에 날아다니는 나방·딱정벌레·매미·벌·메뚜기 등을 잡아먹음
-번식: 번식기는 5∼8월, 한배 산란 수는 2개의 흰 바탕에 검은 반점 알, 포란 기간은 19일이며 부화 후 최소 6일 동안은 둥지에 있으면서 어미에게 먹이를 받음
-멸종위기: IUCN 최소관심(LC)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