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빡빡한 승부가 거듭되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작은 수비 실책 하나가 경기 분위기를 좌우하고 때로는 결과로 직결된다. 2025 시즌 가을야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큰 경기에서는 실책을 줄이는 팀이 웃는다는 명제가 재확인됐다.
13일 대구에서 열린 SSG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의 승부처는 3회였다. SSG가 선발 드류 앤더슨의 컨디션 난조 속 2사 주자 1·3루 위기에 처했다. 김성윤이 친 투수 옆 땅볼을 2루수 안상현이 잡았다. 발 빠른 김성윤도 1루에서 아웃될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안상현이 던진 공이 1루수 뒤로 빠지면서 누상의 주자 2명이 모두 홈 베이스를 밟았고 김성윤은 2루에 안착했다. 이어진 구자욱의 1타점 2루타로 3회가 0-3으로 끝났다.
평일 저녁 경기인 탓에 원정 팬보다 홈 팬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삼성라이온즈파크는 단숨에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평소 공개적인 자리에서 선수들의 실수를 감싸온 경기를 마친 이숭용 SSG 감독이 취재진의 총평 요청에 “3회에 나온 실책 하나가 조금 아쉽긴 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그래도 SSG가 반격할 기회는 있었다. 삼성의 실책으로 시작된 기회였다. 1-5로 끌려가던 9회초 선두 타자 류효승의 높게 뜬 타구를 삼성 2루수 양도근이 시야에서 놓쳐 포구 실책을 범했다.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지만 후속 타자 고명준이 큼지막한 2점 홈런을 때렸다. 아웃카운트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경기는 순식간에 2점 차로 좁혀졌다. 조용해진 경기장에서 고명준의 응원가만 크게 울려 퍼졌고 SSG 벤치에는 간만에 웃음기가 돌았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앞선 경기에서도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진 사례는 있었다. 11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회 삼성 유격수 이재현이 조형우의 땅볼을 잡아 1루에 악송구를 했다. 이후 조형우는 최정의 적시타로 득점 주자가 됐다. SSG가 4-3으로 이겼을 만큼 초접전이었던 이날 경기에서 삼성은 귀중한 1점을 실책으로 날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이상 시리즈에 진출한 4개 팀 중 올해 정규시즌 야수 실책이 가장 많았던 팀은 SSG(89개), 가장 적은 팀은 삼성(73개)이었다. 한화와 LG는 모두 77개씩 기록했다. KBO 최초 1200만 관중 시대를 맞아 프로야구 인기가 고공행진을 하고 13일까지 포스트시즌 26경기 연속 매진 기록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응원 열기가 정규시즌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가을, 실책을 줄이는 팀이 웃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