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분간되는 한계’ 또는 ‘지역이 구분되는 한계’를 경계(境界)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방관은 그야말로 매 순간 경계를 넘나든다. 재난의 유형과 원인은 다양해지고,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대규모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관할 지역의 경계를 넘는 것은 물론, 모든 출동 현장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목도한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소방의 길이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1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6조원에 이른다. 이전과는 달리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기습폭우와 지진 등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국가 간의 경계도 허물고 있다. 대한민국 소방은 이러한 재난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소방공무원 개개인의 전문역량은 물론, 조직적 대응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등 새로운 화재 요인에 맞는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해 신임 소방관과 소방지휘관 교육과정에 관련 교과목을 확대 편성하여 현장대응력을 높이는 한편, 관계기관과의 실시간 정보공유로 공동대응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실시한 국가 단위 긴급구조종합훈련에는 역대 가장 많은 인원과 장비가 동원됐다. 도서 지역의 한계를 넘어 국가 동원 소방력 투입을 위해 군, 경찰 등 총 63개 기관 1060여 명이 협력했고, 역대 최초 도서지역 훈련을 통해 국가 차원의 재난대응력을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다. 사고 지점에서 최근접·최적정 소방헬기가 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한 ‘소방헬기 통합출동 시스템’은 새로운 하늘길을 열었다. 지난해 수도권지역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올해 경남지역까지 확대된 의사 탑승 소방헬기(Heli-EMS)도 마찬가지다. 항공구조구급대원과 함께 의료기관의 전문의가 소방헬기에 탑승해 이송 중에도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중증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재난환경 속에서 소방은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국민 곁에 가장 가까이, 가장 빠르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기의 경계에 선 국민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역시 119, 소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9일, 제62주년 소방의 날을 앞두고 있다. 수많은 경계에 서기 위해서는 늘 용기가 필요하다. 국민 앞에 언제나 당당하고, 신뢰받는 소방이 되기 위해 오늘도 전국 6만 7000여 소방 동료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불변의 가치를 지키려 손을 맞잡고 용기를 내어본다.
허석곤 소방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