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지난 3월 국회 본청의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엔 3개월 뒤 대통령실 핵심 보직에 임명될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될 강훈식 의원, 제1부속실장이 될 김남준 정무부실장, 총무비서관이 될 김현지 보좌관…. 그 가운데 대통령으로 당선될 이재명 대표가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앞두고 대선 준비에 속도를 높이던 때다.
자리에 앉은 조한상 제일기획 본부장(요즘연구소 소장)은 노트북을 열었다. 그가 화면에 띄운 프레젠테이션 파일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김남준 실장이 정치컨설팅 업체 서너 곳으로부터 받은 대선 전략과 슬로건에 대한 리뷰를 조 본부장에게 부탁하면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그런데 조 본부장은 느닷없이 ‘대본’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도, 프레임, 표 계산…. 대선이면 이런 걸 따지던 정치권에선 없던 문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