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송현] ‘마음 정책’으로 자살공화국 오명 벗자

2025-04-13

지금 대한민국은 ‘공중보건 국가비상사태’다. 지난 한 해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만 4439명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하루 40명(39.5명)에 가까운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며 한 시간마다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고의적 자해’로 인한 사망이라고 해서 등한시할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급증한 자살의 주체는 대부분 모순적 사회구조와 정신적 질병으로 인해 궁지로 내몰린 평범한 국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의 자살률을 기록하며 ‘자살공화국’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야만 하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국민 행복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못지않게 중요하게 된 것이다.

우리 부모 형제이자 이웃들이 매년 약 1만 5000명씩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상황을 외면한 채 GDP 성장과 민주 정의를 외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선진 경제를 이룩한 산업화는 우리를 첨단 제조 강국으로 만들었지만 그 부작용으로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세계불평등연구소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1990년 이후 우리나라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 비율은 35%에서 46%로 상승하고, 하위 50%는 21%에서 16%로 하락해 불평등이 악화됐다.

민주적 정치 체계를 이뤄낸 민주화 역시 분열과 갈등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발생시켰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적 갈등 비용은 연평균 232조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이며 이념(진영) 갈등이 전체의 75.4%를 차지하면서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2000년 들어 한류 등 문화의 힘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등 문화화에 성공했지만 정작 창의를 담당해야 할 청년층은 고용 불안과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출산 의지를 잃어버리고 사회 전반에 대한 불만을 키우고 있다.

이렇듯 지난 60여 년간 이뤄낸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문화화의 성취 뒤에 쌓여온 부작용과 문제점들이 시대 전환과 저성장 국면을 맞아 한꺼번에 터져 나옴으로써 오늘날 ‘자살공화국’의 오명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지지 부족,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사회적 편견과 과도한 경쟁 문화, 정신 건강 등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난제를 한두 가지 정책으로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국가 수준에서 ‘마음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선 관련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정신 건강 관리 시스템의 대대적 개혁을 통해 정신 건강 의료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미디어와 협조해 자살 예방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자살은 정신 건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기저에는 과로, 사회적 불신, 경제적 불안 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노동·교육·경제 환경의 지속적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개혁만으로는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어렵다. 심리적 안정과 행복감은 궁극적으로 내면적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물질 중심적 가치관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으로, 이 상태로는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복지 정책이 강화돼도 국민 행복도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면의 즐거움에 더 중점을 두는 마음 혁신이 일어나도록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인에게는 21세기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한 마음체계(K마인드)가 필요하다. 이 마음체계를 바탕으로 국민이 오늘의 힘들고 불행한 현실을 인내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오늘의 삶을 소중히 가꿔나갈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래야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정체된 국민 행복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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