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부의 이전이 시작됐다.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MZ세대로의 대규모 자산 이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만 향후 10년간 84조달러 규모의 자산이 움직일 전망이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대간 자산 이전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주목할 점은 젊은 세대의 투자 패턴이다. 하버드 등 글로벌 명문대 졸업생들이 주목하는 대상은 의외다. 화려한 테크 기업이 아닌, 수십년간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해온 '구식' 산업에 눈길을 돌린다. 배관, 냉난방, 산업설비 등 전통 제조업체들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전통 산업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산업 구조 재편은 뜻밖의 돌파구다. 최근 HR 업계 통계를 보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정보기술(IT)서비스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 우주항공, 로봇공학, 이차전지 등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한 유망 제조 스타트업이 공장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한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장소 선정을 넘어 산업 지형 변화의 신호탄이다. 기업들은 순수 사무공간을 넘어 연구개발(R&D)과 소규모 생산이 가능한 복합 공간을 필요로 한다.
도심의 뛰어난 접근성은 여전히 핵심 경쟁력이다. 다만 이제는 단순 임대 공간이 아닌, R&D와 프로토타입 제작, 고객 접점이 어우러진 복합 시설로 진화해야 한다. 새로운 세대의 산업 혁신가들이 전통 산업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도심 오피스는 그들의 핵심 플랫폼이 돼야 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도심의 우수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는 신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요소다. 둘째, 제조와 서비스업 경계가 흐려지는 시점에서 R&D, 마케팅, 고객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이 필요하다. 셋째,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업무 방식을 고려할 때 도심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도심 오피스는 기업에 다양한 효용을 제공할 수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오피스는 MZ세대 인재들의 선호도가 높다. 그래서 우수 인재 확보에 유리하다. 더불어 기업간 협업과 시너지 창출이 용이하다. 시장 트렌드 파악과 고객 접점 확보도 수월하다. 도심은 소비자들의 활동이 활발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높은 공실률은 도심 오피스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기회다. 공실은 임대료 조정 압력으로 작용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도입을 가능케 한다. 또 대규모 리모델링이나 용도 변경을 통해 미래형 복합 시설로 전환할 수 있는 시점이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에 친환경 스마트 오피스로의 전환은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된다.
도심 오피스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진화해야 한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오피스 구축은 필수다.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 향상은 물론, 에너지 효율화와 보안 강화, 사용자 경험 개선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결국 도심 오피스 미래는 얼마나 유연하고 스마트한 공간으로 진화하느냐에 달렸다.
부의 대이동이 촉발한 산업 구조 재편 속에서, 상업용 부동산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에서 MZ세대로의 부의 이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 전환기에 상업용 부동산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준비할 때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위원회 위원장 ceo@rsqua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