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컵라면도 이제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시대다. 끓는 물에 익힌 면발과 달리 꼬들꼬들한 식감이 장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자레인지 전용’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도 컵라면 용기를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넣어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전자레인지용 안전(Microwave-Safe)’ 표시가 새겨진 플라스틱 용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 문구를 과연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걸까.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전자레인지용’이라는 말은 단순히 그 용기가 전자레인지의 고온(섭씨 약 100도)에서 녹거나 깨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즉 구조적 안정성만 보장할 뿐, 인체 건강 측면의 안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 기준은 국가적으로 통일된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가 자체 판단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전용 플라스틱 용기도 가열 시 화학물질 유출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의학 저널에 따르면 플라스틱에는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BPA) 등 인체에 유해한 호르몬 교란 물질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국 네브래스카대 연구(2023년)에서는 유아용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린 지 몇 분 만에 수백만~수십억 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실에서 이 입자에 노출된 인체 신장 세포의 76%가 사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과거 미국에서는 지퍼백을 생산하는 S.C. 존슨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문구만 믿고 건강 위험을 알지 못한 채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전자레인지 조리 시 플라스틱 대신 유리, 도자기, 내열 세라믹 용기를 쓸 것을 권한다. 특히 기름기 많거나 당분이 높은 음식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므로 플라스틱 사용을 피하는 게 안전하다. 부득이하게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한다면, 재활용 코드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5번 PP(폴리프로필렌)’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지만, ‘1번 PET’와 ‘PVC’는 피해야 한다. 또한 밀폐된 뚜껑을 덮은 채로 가열하는 것은 증기 압력 때문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금물이다.
짧은 시간 간격으로 중간 세기에 가열하고, 자주 저어 주거나 한동안 두어 내부 온도를 고르게 하는 것도 노출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