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에너지 분야 협력이 한층 공고해졌다.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수자원자력, 고려아연 등 국내 에너지 기업 수장들이 주력 사업 강화를 위해 지원사격에 나서며 '에너지 동맹'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에 가속페달을 밟을 거란 업계 안팎의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국내 재계 총수들이 한미정상회담 지원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국내 주력 사업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동행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에너지 분야의 협력 강화가 두드러짐에 따라 국내 원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수원이 미국 기업 엑스에너지·아마존웹서비스(AWS)와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관련 사업에 대한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2021년 엑스에너지와 SMR(소형모듈원자로)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2023년에는 엑스에너지에 지분 투자해 협력 관계를 지속해왔다. 이번 계약을 통해 다시금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민간 에너지 개발사업자인 페르미 아메리카와 원전·SMR 사업 활성화를 위해 협력키로 했다. 이에 페르미 아메리카가 미국 텍사스 주에서 추진 중인 'AI 캠퍼스 프로젝트'에 공급할 대형 원전과 SMR 관련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협력에서 SMR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SMR은 탄소 중립 시대에 부상하고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국내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양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 속에 SMR 사업화 속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이번 협약이 양국 에너지 산업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되도록 두산의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고려아연은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했다. 세계적인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에 게르마늄을 공급하기로 하고, 향후 장기계약 체결을 위한 구체적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록히드마틴과 MOU 체결에 맞춰 울산 온산제련소에 게르마늄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양국 간 LNG(액화천연가스) 협력도 구체화했다. 한국가스공사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2028년부터 약 10년간 연간 330만톤(t) 규모의 미국산 LNG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이 물량은 미국 쉐니에르가 운영하는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 프로젝트를 포함해 공급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조선, 원자력, 항공, LNG, 핵심 광물 등 5개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이 있었다. 사업 협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각 기업 총수들의 지원사격이 더해지면서 힘을 보탤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협력을 통해 미국과 경제적인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관세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