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졸 OO, 대졸의 13배…삶까지 앗아가는 ‘교육 격차’

2025-01-09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자살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접근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기명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30~44세 청년 남성 중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사람은 대학교 졸업 이상인 사람에 비해 모든 조사시기(1995-2020년)에서 자살률이 최소 6.1배에서 최대 13.2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1995년부터 5년 주기로 초등학교 이하·중학교·고등학교·대학 이상 졸업생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학력이 저조할수록 자살자수가 많았다. 조사기간 중 가장 자살자 수가 많았던 2015년의 경우 초등학교 이하에서는 10만명 당 288.2명, 대학 이상은 21.8명이 목숨을 끊었다. 학력에 따라 자살률이 13.2배나 차이가 난다. 조사기간 중 가장 차이가 적었던 2010년에는 6.1배 차이가 났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평균 자살자수(27.3명)의 약 10배에 이르는 수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고 알려진 캐나다 극지 누나부트(Nunavut) 부족 자살률의 2배 이상, 브라질 아마존 과라니(Guarani Kaiowa) 부족(10만명당 232명)보다도 높다.

절대 수치는 남성보다 낮지만, 같은 기간 여성도 학력에 따른 자살률의 차이가 컸다. 2015년 30~44세 여성의 초등학교 이하 자살자 수는 10만명 당 167.8명, 대학 이상은 12.1명으로 13.9배 차이가 났다. 1995년에는 3.8배로 가장 차이가 적었으나 2015년 이후 큰 폭으로 뛰었다.

30~44세 초졸 이하 남성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 기명 교수는 “30~44세 초졸 이하의 사람들이 사회에서 점하고 있을 위치나 권한, 불리함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엄연히 계층을 점하는데 역할을 하는데, 그들(초·중졸)이 헤쳐 왔을 고난들이 응축돼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한국의 자살률이 계층 간 격차가 크고, 특히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결론냈다. 자살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계층 간 차이에 내포되는 사회적 격차와 정서적 전이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기명 교수는 “자살은 사회적 차원의 문제인데, 이를 정책적 적용으로 가져오는데는 실패하고 있다고 본다”며 “가령 보건소 밑에 자살예방센터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이 지역보건소를 넘어 보건복지부에 정책 협조나 요청을 청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거버넌스 구조들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아키타현 유리혼조시의 경우 시 차원에서 자살예방 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며 “시의 정책에서 자살예방 의지가 담겨 있다. 보건소만 움직여서 될 일이 아니다. 범정부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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