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의료기기 업체인 루트로닉과 제이시스메디칼의 인수합병 이후 클래시스 매각설 마저 시장에 등장하면서 국내 미용 의료기기 분야가 M&A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클래시스의 매각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회사는 즉각적으로 "사실무근"임을 공식 표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발단은 지난 21일 한 언론 매체 보도에 의해 촉발됐다. 클래시스 최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이 회사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는 것이 요지다. 클래시스 측은 이튿날 오전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매각 보도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24일 복수의 매체를 통해 매각주관사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증권가 일부에서는 클래시스 매각설 역시 이전의 다른 의료기기 업체 M&A건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전의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M&A 기사 보도 후 해당 소식을 부인하는 회사의 입장 발표가 있었고, 약 2달 이상 시간이 흐른 후에 실제 자금 집행 등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면서 "이번 케이스도 비슷한 흐름을 탈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 매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금이 집행되는 계약을 위한 실사 과정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스테틱 의료기기 기업 루트로닉은 지난해 4월 매각설이 회자될 당시 사실무근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지만, 같은 해 6월 결국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판매됐다.
올해 4월 피부미용 기기업체인 제이시스메디칼 역시 매각설을 공식 부인했지만 두 달 뒤인 지난 6월 프랑스 바이오 헬스케어 전문 투자기관 아키메드(Archimed Group)에 넘어갔다.
오스템임플란트도 비슷한 경우다. 지난 2022년 처음 경영권 매각설 불거질 당시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후 횡령 사건에 따른 주가 급락과 행동주의펀드의 공격 탓에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한 창업자 최규옥 회장이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며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사모펀드나 제약사의 미용 의료기기 업체 인수는 최근 투자 시장의 큰 흐름 중 하나로 올해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루트로닉을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올해 미국의 동종 업체 사이노슈어를 추가로 인수했고, 지난 28일 두 회사 간 합병 절차를 마무리해 '사이노슈어 루트로닉'을 출범시켰다.
지난 5월 동국제약은 미용기기를 포함한 중소형 가전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위드닉스를 인수했고 지난달 동화약품은 미래에셋벤처투자PE 등과 함께 피부미용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하이로닉 지분 45.09%를 16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투자 시장에서 국내 미용 의료기기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피부미용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에스테틱 사업은 수출에서 높은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미용 의료기기 업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으로, 전통적인 미용기기 비수기라 꼽히는 3분기조차 올해 수출액 2억4740만달러(약 3414억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성장했다. 매년 유의미한 연간 성장세를 보여주며 남은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이익률을 끌어올려 기업 가치를 개선하기에 좋은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클래시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22년 1월 6700억원에 지분 60.84%를 인수한 베인캐피털은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며 고정비인 인건비 비중을 줄였고, 변동비인 마케팅비 비중을 늘리면서 비용 구조를 최적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P(포인트), +1.2%P 상승했고, 클래시스 몸값은 2년 반 만에 약 3배 높아진 3조원대에 진입했다.
클래시스 기업 자체가 여전히 모멘텀이 충분하다는 점도 인수를 고려하는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현재 한국, 일본, 홍콩, 태국, 브라질, 호주, 대만 등에서 고주파 장비 '볼뉴머' 출시가 완료됐고, 점차 유상 소모품 구매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달 말에는 '볼뉴머' 판매 MOU를 체결한 카르테사 에스테틱(Cartessa Aesthetics)과 함께 미국 정식 장비 런칭 행사를 진행하며 신규 지역에 진출한다. 슈링크, 볼뉴머 등 주력 제품 판매 호조와 함께 유상 의료소모품 매출이 확대되며 실적을 견인하는 형국으로, 당분간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당분간 미용 의료기기를 포함한 국내 에스테틱 산업 성장세가 지속되며 투자 자본의 관심도 꾸준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에스테틱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반영하여 주식시장에서도 휴젤, 파마리서치, 대웅제약, 메디톡스, 휴메딕스 등의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고, 여기에 클래시스 등과 미용의료기기 등을 포함한다면 수십조원의 시가총액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아름다움을 산업화하는 산업에서 에스테틱기업이 향후 10~20년 동안에도 높은 성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며, 에스테틱 주는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제약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최근 국내 반도체 산업 등이 주춤하며 갈 곳 잃은 투자 자금이 제약바이오 업계를 주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에스테틱 산업은 그중에서도 실적 지표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