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5만주 이상 실권주 발생...내부선 "가격 높다" 불안
금투업계 관계자 "시장 좋지 않은 탓에 더본코리아 실권주"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더본코리아 우리사주 청약에서 물량이 미달되는 실권주가 거 나왔다. 더본코리아 직원들 사이에서 공모가가 높게 형성됐고 앞으로 주가가 내릴 것이라 분위기 탓이 이유로 꼽힌다. 보다 근본적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차가워진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 우리사주조합에서 15만주 이상의 실권주가 나왔다. 우리사주조합에는 전체 공모주의 20%인 60만주가 배정됐고, 실권 물량이 나오면 그 중 최대 5%(15만주)까지 일반 청약 물량으로 돌릴 수 있다.
우리사주조합 청약이 마무리된 지난 28일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공모·실권주 청약 종목 조회' 화면상 배정 주수가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9만주, NH투자증권은 6만주로 총 15만주가 늘었다. 실제 발생한 실권주는 그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이는 더본코리아 공모가와 주가 전망에 대한 내부 분위기가 부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사주 의무 예탁 기간은 1년이므로, 해당 기간 이후 주가가 공모가(3만 4000원) 이상 갈 것이란 기대감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더본코리아 사내 커뮤니티에는 우리사주 가격이 높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팽배했다. "(우리사주 가격이) 3만 4000원, 이거 맞아? 후덜덜하다", "1년 후 과연..." 등 부정적 댓글이 줄지었다.
익명을 요청한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우리사주 가격이 높다는 비판적인 글들이 훨씬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다 지워졌다"며 "우리사주 청약을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차가워진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본코리아와 함께 '대어'로 꼽혔던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의 리스크 요인이 걸림돌로 작용한 끝에 결국 상장을 포기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퍼블리카는 한국이 아닌 미국 증시 상장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이처럼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포기하자, 더본코리아 우리사주 주가 전망에 대한 기대감도 줄었다는 설명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원래 IPO 시장 자체가 전체 주식 시장의 분위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공모주 시장이 반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에 있어 조심스러워졌다"며 "특히 특례로 올라온 종목들에는 더 심하며, 이러한 탓에 더본코리아나 케이뱅크의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업계에서는 앞으로의 IPO 시장의 분위기도 불투명하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케이뱅크 등 대어의 IPO 성적이 저조하면서 내년 초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IPO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므로 국내 증시가 살아나야 공모주 투심이 회복될 수 있다"며 "시장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IPO 시장이 활황을 띄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