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스키 다 탄다…‘겨울 오타니’

2026-01-05

‘이도류(二刀流)’는 양손에 두 자루의 칼을 들고 싸우는 일본의 검술 방식 또는 유파를 일컫는 용어다. 전통적으로는 긴 칼과 짧은 칼을 함께 사용했다. 스포츠에 이 표현이 도입된 건 일본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MLB)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발군의 경기력을 선보이면서부터다.

최근에는 ‘두 가지 포지션 또는 서로 다른 두 종목에서 동시에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라는 의미로 자리 잡았다.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또 한 명의 이도류 스포츠 스타가 탄생할 참이다. 네덜란드의 스케이터 쉬자너 스휠팅(29)은 지난 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레이우와르던에서 열린 내셔널 쇼트트랙 챔피언십 여자 1500m에서 우승했다. 하루 전 1000m에서 이 종목 간판인 펠제부르 자매에 이어 3위로 레이스를 마치더니, 다음 날 금메달을 추가했다.

스휠팅은 당초 쇼트트랙 중장거리의 절대 강자였다. 2018년 평창 대회와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 여자 1000m를 연속 우승하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 도중 다른 선수와 충돌해 넘어지며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한 뒤 쇼트트랙을 그만뒀다. “부상은 지긋지긋하다. 앞으로는 몸싸움 없는 종목에서 뛰고 싶다”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전향했다.

스케이트화를 바꿔 신은 이후에도 경쟁력은 여전했다. 지난해 12월 롱트랙(스피드스케이팅) 자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여자 1000m 2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500m와 1500m도 상위권이라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런 스휠팅이 뒤늦게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 다시 뛰어든 건 빙상 두 종목에서 모두 올림픽 메달을 거머쥘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경쟁력을 입증한 그에게 남은 변수는 자국 대표팀 선발 시스템이다. 철저히 기록과 순위로 따지는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 쇼트트랙은 올림픽을 포함한 국제대회 선수단 구성 권한이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다. 선수들 간 협력과 작전 등 팀 스포츠 요소도 중요한 종목 특성을 고려한 규정이다. 대표팀 옛 동료들과 손발을 맞춰보지 못한 2년의 기간은 스휠팅에게 분명한 감점 요인이어서 쇼트트랙에서도 대표가 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스휠팅이 ‘빙상 이도류’ 자격을 얻는다면 ‘설상의 여왕’ 에스터 레데츠카(31·체코)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다. 레데츠카는 평창 올림픽에서 알파인 스키 여자 수퍼대회전과 스노보드 여자 평행대회전에서 동시에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운 전설이다.

눈 위에서 겨룬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스키와 스노보드는 국제대회부터 랭킹 시스템까지 완전히 다른 종목이다.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는 과정만 해도 각각의 랭킹 포인트를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데, 두 종목 모두 올림픽 정상에 올랐으니 겨울 스포츠에선 비교 불가 존재다. 레데츠카는 밀라노에서도 변함없이 설상 이도류로 나선다. 스노보드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제패하는 등 여전히 최정상권이다. 최근엔 스키 위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순위와 기록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림픽 역사를 통틀어 여름, 겨울 종목을 넘나든 이도류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양쪽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낸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성공 사례로는 지난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금메달과 쇼트트랙 계주 은메달에 이어 서울 하계올림픽에서 사이클 트랙 여자 스프린트 은메달을 추가한 크리스타 로텐부르거(동독)가 꼽힌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그는 캘거리 대회에 시범 종목으로 추가된 쇼트트랙 계주에도 참여했다. 아울러 하체 근육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사이클 기록이 좋아 하계올림픽에 나섰고, 세 종목 모두 메달을 목에 걸며 이색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이는 20세기의 일이고 지금은 스포츠가 훨씬 더 전문화됐다. 그렇기에 스휠팅의 ‘빙상 이도류’ 도전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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