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소비쿠폰에 "경기 숨통 트일 것" 기대…"결국 나랏빚" 걱정도

2025-07-06

이재명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계획’을 발표한 이튿날인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시장에서 떡 가게를 운영하는 조상미(47)씨는 32도 불볕더위에도 호객에 여념이 없었다. 조씨는 “떡 한 팩 가격을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렸더니 손님들이 물건을 집었다가 ‘비싸다’라면서 손을 떼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여름 장사가 잘 안되는 편인데 소비쿠폰 덕에 매출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결국 다 나라에 부담으로 돌아올 텐데 마음이 편치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오는 21일부터 시작된다고 전날 발표한 가운데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위축된 자영업자와 시민들 마음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대학생 김건(24)씨는 “운전면허학원이나 충치 치료에 쿠폰을 사용하면 부모님 부담을 약간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안경원 점장 이모씨는 “안경은 생필품이 아니라 경기가 안 좋으면 새 제품을 잘 안 사는데 이번 기회에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재정 악화가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국회는 이번 추경안에 소비쿠폰 예산으로 12조1709억원을 편성했다. 월드컵시장에서 15년째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박정수(58)씨는 “우리야 매출이 소폭 오를 수 있으니까 나쁠 건 없지만 결국 나라에 빚이 쌓이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7)씨는 “솔직히 15~25만원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라며 “주니까 받긴 하는데 결국 증세로 이어질 것 같아 찝찝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소비쿠폰 지급에 대한 기대효과를 묻는 질문에 대해 “골목상권의 자영업자, 지방 경제 이런 데에서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면서도 “어떤 효과를 빚어낼지는 예측 예상하는 거지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엄청난 부자한테 15만원이 큰 돈이 아니지만 당장 땟거리가 불안한 사람은 50만원은 큰 돈이다”면서 “소득 지원 효과, 소득 재분배 효과도 확실히 크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재정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최소 15만원, 최대 55만원 지급

이번 소비쿠폰 신청·지급은 1차와 2차와 나눠 진행된다. 1차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45만원이 지급된다. 2차는 국민 90%를 대상으로 10만원을 9월에 추가 지급한다. 1·2차를 합쳐 ▶소득 상위 10% 15만원 ▶일반 국민 25만원 ▶차상위 ·한부모가족 4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5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더해 비수도권 지역 주민과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은 1인당 각각 3만원, 5만원을 더 받는다.

소비쿠폰은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소비쿠폰은 주소지 관할 지방자치단체 안에 있는 편의점과 식당, 미용실, 학원, 전통시장 등에서 쓸 수 있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 면세점, 배달 앱 등 연 매출액 3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는 쓸 수 없다. 단기간에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취지에 따라 소비쿠폰은 오는 11월 30일 안에 소진해야 한다. 기간 내 사용하지 않은 잔액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환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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