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를 뛰듯 사뿐하게 ‘슬로 조깅’…느릴수록 건강해진다!

2025-04-13

달리고 싶은 날씨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에 봄꽃 풍경까지 더해지니 말이다. 종아리가 당기도록 빠르게 달리며 고통 속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속도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보폭으로 안전하게 달려보는 건 어떨까.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슬로 조깅(slow jogging)’을 알아봤다.

“뱃살이! 출렁출렁∼ 어깨가! 털썩털썩∼ 몸을 가볍게 띄워서 통통 리듬을 타보세요.”

벚꽃이 만개한 1일 찾은 부산 강서구 명지동의 한 근린공원. 중장년층 10여명이 구호를 외치며 뛰고 있다. 힘찬 구호에 비해 속도는 달팽이처럼 느리다. 걷는다기엔 발놀림이 재고 달린다기엔 보폭이 좁은 채로 일정한 박자에 맞춰 천천히 뛰는 모습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힘든 기색 전혀 없이 편안한 표정으로 바닷바람을 즐기기도 한다. 이들은 지금 슬로 조깅을 하는 중이다.

슬로 조깅은 걷는 속도로 천천히 달리는 운동법이다. 고(故) 다나카 히로아키 일본 후쿠오카대학 스포츠과학부 명예교수가 고안한 달리기 방법으로 2009년 처음 소개됐다. 도대체 얼마나 천천히? 그의 저서엔 ‘웃는 얼굴을 유지하며 가볍게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라고 표현한다.

슬로 조깅은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저강도 운동으로 고령자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한다. 장시간 운동을 지속할 수 있어 체지방 감소에 효과적이고, 천천히 힘을 발휘하는 근육인 지근을 사용해 근지구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달릴 때 충격을 최소화해 무릎과 발목 등의 부상 위험이 낮다.

국내에서 10년째 슬로 조깅 보급에 힘쓰고 있는 정라혜 한국슬로우조깅협회 대표는 “일이 바빠 운동할 시간이 없는 사람이나 체력이 너무 약해 운동을 시작할 엄두가 안 난다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한다”며 “쉽게 따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긴 시간 연속적으로 할 필요 없이 틈날 때마다 5분씩 꾸준히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천천히 뛰는 것에도 규칙이 있다. 우선, 턱을 들고 시선은 전방을 향한다. 허리와 가슴을 활짝 펴고 팔은 살짝 구부려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들어준다. 중요한 건 보폭과 발디딤이다. 보폭은 10∼20㎝로 좁게 한다. 키에 따라 자연스레 달라지는데 자기 발 길이를 넘지 않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쉽다. 발은 항상 ‘11’자로 유지한 채 앞꿈치로 먼저 착지하고 뒤꿈치는 잠깐 땅에 닿았다 떼는 느낌으로 달린다. 이때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여 앞꿈치에 체중을 실어야 무릎에 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조예섬 부대표는 “뒤꿈치로 쿵쿵 달리는 게 아니라 소리가 나지 않게 구름 위를 뛰듯 가벼운 발걸음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땀을 흠뻑 흘리지도, 숨차게 뛰지도 않는데 효과가 있을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슬로 조깅을 시작했다는 이미희씨(68)는 “남편과 함께 매일 아침 7시에 3∼5㎞씩 뛰고 있다”며 “처음에 운동 효과가 있겠냐고 의심하던 남편도 막상 같이 하고 나니 헬스를 할 때보다 컨디션이 안정적이고 몸이 가뿐하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깨와 목디스크가 심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던 정윤아씨(55)는 “작년 봄부터 슬로 조깅을 꾸준히 했더니 몸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가을엔 5㎞ 마라톤을 완주했고 올핸 10㎞ 마라톤도 나갈 정도로 체력이 많이 늘었다”고 웃음 지었다. 이외에도 갱년기 증상인 불면증과 부정맥 등이 완화됐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슬로 조깅은 한번만 제대로 배워놓으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한국슬로우조깅협회에선 매주 일요일 부산 사상구에 있는 삼락체육공원에서 슬로 조깅 교실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협회에서 양성한 지도자 120여명도 전국 곳곳에서 활동 중이다.

정 대표는 “슬로 조깅은 운동시설이 부족하거나 어르신이 많은 농촌에 가장 필요한 운동”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생활체육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슬로 조깅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김보경 기자 bright@nongmin.com 사진=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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