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 버릇하면 괜찮다?”… 땅콩 알레르기 테스트해보니

2025-05-01

등푸른생선, 복숭아, 견과류, 꽃가루, 벌침, 개털 등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알레르기가 있다. 피부가 붉어지고 가려움을 유발하는 가벼운 증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종종 알레르기의 위험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안 먹어서 그렇다”, “계속 먹어보면 괜찮다”는 식으로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을 권해 상대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영국 킹스 칼리지 면역학 교수인 스티븐 틸 박사 연구팀은 실제로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면 해당 음식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심한 알레르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진행해 봤다.

최근 영국 BBC · 가디언에 따르면 실험은 전문가 감독 아래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성인 참가자들이 땅콩 섭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성인의 3분의 2가 매일 땅콩을 섭취하는 방법을 통해 알레르기 반응이 감소했다.

심한 땅콩 알레르기를 가진 크리스 브룩스-스미스(28)씨도 해당 임상 실험 참가자다. 그는 10년 전 집 근처의 인도 음식점에서 커리를 먹고 알레르기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몇 초만에 입술에 반점이 생기고, 몇 분 만에 토를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를 이겨내고자 실험에 참여한 크리스씨는 의사들의 감독 아래 요거트에 땅콩 가루 1mg을 섞어 먹는 것을 시작으로 수개월간 땅콩 섭취량을 단계적으로 늘렸다. 9개월 뒤에는 땅콩 5개를 문제없이 섭취할 수 있게 됐다.

참가자는 성인 21명으로, 이 중 14명이 실험 막바지에는 알레르기 반응 없이도 땅콩 5개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경구 섭취를 통해 면역을 기르는 치료법(oral immunotherapy; OIT)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면역 체계가 발달 중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치료가 까다로운 성인 알레르기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틸 교수는 “이번 실험에서 확인한 것은 성인 알레르기 환자도 땅콩에 무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성인 치료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이번 실험은 환자의 삶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제 실수로 섭취하는 경우에도 어느 정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모두 철저한 감독 아래서만 이 같은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 크리스씨는 “처음 실험을 통해 땅콩을 먹었을 때, 심장이 시속 수백만 마일로 뛰는 듯했다. 그래도 나를 지켜보는 눈이 100개나 있으니 안심할 수 있었다”고 의료진 감독 아래 진행되는 치료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다 연구 결과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유럽 알레르기 및 임상 면역학 아카데미(EAACI) 공식 저널인 '알레르기'(Allergy)에 게재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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