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첫 혼합현실(XR) 헤드셋 ‘갤럭시 XR’이 첫 공개됐던 지난 22일 삼성전자 글로벌 뉴스룸에는 개발 비하인드 영상을 담은 콘텐츠가 올라왔다. 영상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갤럭시 XR을 착용한 로봇 두상 앞에서 사람 손 모양의 로봇 팔이 위치를 옮기며 엄지와 검지를 붙였다 떼는 동작을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기존 기기로 치면 스크린 터치에 해당하는 이 제스처는 ‘모션 트래킹 검증’ 과정으로, 다양한 위치에서도 손동작이 정확히 인식되는 지를 테스트하는 장면이다. 삼성전자 엔지니어는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위해 인체공학적 착용감과 편의성을 수차례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한국 산업 디자인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했다. 실제 영상에는 인종과 성별, 두상 크기, 동공 간 거리 등 다양한 인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컴퓨테이셔널(computational, 연산) 디자인 과정이 등장한다. 삼성은 전 세계 12만 명의 인체 데이터를 수집해 ‘디지털트윈 모델’을 통해 착용감과 몰입도를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이나 바이오 분야에서 쓰이던 디지털트윈 기술을 첨단 디자인에 확대·적용한 것이다.
26일 디자인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빠른 속도로 디자인 역량을 키우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AI·디지털트윈 등 첨단 기술과 차별화된 디자인 전략으로 경쟁력 격차를 유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체데이터 솔루션 기업 컴포랩스의 이원섭 대표는 “좋은 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형태가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는 구조에서 출발한다”며 “오랜 기간의 지식과 기술, 경험 등이 집약돼야 가능한 것으로 이러한 점이 한국이 중국을 앞설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여전히 다수의 중국 기업은 AI나 인체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 보다는 트렌드와 외형 모방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중국이 ‘디자인의 속도’는 빠르지만 ‘깊이’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해 디자인 고급화에 애 쓰고 있다. 최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캔톤페어에서 청호나이스는 스톤 질감 패널을 적용한 정수기를 선보이며 현지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았다. 교원웰스는 국가별로 색상 라인업을 달리하며 현지 취향에 맞춘 제품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동남아는 고소득층에서 정수기 수요가 높아 한국에서 판매되지 않는 로즈골드색 정수기를 선보이는 등 현지 맞춤형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도 국내 기업 디자인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에 한국디자인진흥원은 국내 주요 대학과 기업들과 함께 ‘기능성 디자인 고도화를 위한 신체 동작 데이터 기반 디자인 솔루션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용자 신체 동작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한국인 체형 및 동작 특성을 통합한 3차원(3D) 가상인간인 ‘동적 페르소나 모델’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한국인의 인체치수 데이터 수집·보급 사업을 하는 사이즈코리아의 12만명 1550만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376종의 페르소나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XR을 디자인할 때 사용하던 시스템과 유사한 것으로 K 디자인 전반의 경쟁력이 극대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느린 디자인 심사 속도 개선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디자인 심사 평균 처리 기간은 6.3개월로, 일본(5.9개월)보다도 길다. 매년 5만 건이 넘는 디자인 출원 건수에 비해 심사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와 시장 대응이 지연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유럽은 자동심사제를 도입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일정 요건만 충족되면 우선 등록을 허용하고, 이후 분쟁이 생기면 사후심사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심사 기간 단축과 심사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나건 부산시 총괄디자이너는 “디자인 심사 인력 보강과 절차 개선을 통해 전반적인 심사 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며 “심사 속도가 곧 디자인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제조AX(M.AX)' 골든타임을 잡아라]〈4〉휴머노이드, '데모' 넘어 라인 선다…야간·교대·반복공정 첫 격전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0/26/news-p.v1.20251026.89bd1732c4f6448ea7f49c607acaac12_P1.png)

![[TIW 2025] 도면이 데이터가 되는 순간...제조 현장의 문서·지식이 흐르기 시작했다](https://www.hellot.net/data/photos/20251043/art_1761469574777_d68a5e.png?iqs=0.660404880528776)
![[전문가 칼럼] 황성필 변리사의 스타트업 이야기 - 피치라이프사이언스](https://www.tfmedia.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420757821_03ed2b.jpg)
![[이진호의 퓨처로그] 현재 보다 10년 앞을 사는 젠슨 황](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0/24/news-p.v1.20251024.16ae8a5ac0f84924a340fbed62b5061f_P3.jpg)


![['제조AX(M.AX)' 골든타임을 잡아라]〈4〉휴머노이드, 제조 라인 투입 본격화…실증 6대 현장 가동](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22/news-p.v1.20250922.b785ac2075d64058aa3a1e39254ffd72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