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에이스 박지원(28·서울시청)이 은메달로 자존심을 세웠다.
박지원은 14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 투어 4차 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14초738을 기록, 윌리엄 단지누(캐나다·2분14초313)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박지원은 아쉽게 2년 연속 우승을 놓쳤지만 홈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출발 직후 3위로 달리던 박지원은 두 바퀴째 선두로 나섰으나 단지누와 네덜란드 선수들의 블록에 막혔다. 8바퀴를 남기고 다시 선두로 올라선 박지원은 단지누에게 앞을 내줬다. 이후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미하우 니빈스키(폴란드)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면서 4위까지 떨어졌지만 마지막 역주로 3위로 골인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2위로 들어온 뒤부아가 페널티를 받으면서 박지원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뒤 만난 박지원은 "만족한다면 거짓말이다. 항상 스포츠 선수는 1등을 원한다. 1등을 하지 못한 경기는 조금이라도 불만족스럽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 했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종합 포인트 랭킹 1위에 올라 크리스털 글로브를 거머쥔 박지원은 올 시즌 단지누에 이은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치열한 대결을 펼쳤고, 준결승에선 박지원이 승리했으나 결승에선 단지누가 승리했다. 박지원은 "준결승을 치르면서 한 번의 디펜스에 성공했다. 결승에 넘어갔을 땐 단지누가 학습을 하고 와서 막지 못했다. 경기장 안에서 체스 게임을 하는 것처럼 경기를 하고 있다. 끝나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이번 시즌부터 지난 시즌 랭킹 1위는 특별한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박지원은 "같은 헬멧인데 무겁게 느껴지긴 했다. 그래서 2차 대회 때는 원래 헬멧을 써보기도 했다"며 "'이 무게를 이겨내야 한다. 아직은 무겁지만 이겨낼 날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남자 대표팀은 5000m 계주 준결승을 여유있게 통과해 14일 결승에 나선다. 올 시즌 두 차례 은메달(2·3차 대회)을 따냈으나 금메달은 획득하지 못한 대표팀으로선 절호의 기회다. 박지원은 "3차 대회가 끝난 뒤 '더 이상 은메달은 그만 따자. 금메달을 따자'고 했다. 더 간절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 전 마지막 계주다. 금메달로 장식한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비타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부터 월드 투어는 경기 방식을 바꿨고, 개인전 출전하는 상위 랭커들의 체력 부담은 커졌다. 하지만 박지원은 "오히려 내겐 더 좋다. 경기적으로는 힘들다. 1500m를 타고 500m를 타는 게 체력적으로는 힘들다. 그래도 강한 선수가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