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마저 탄핵하면 역풍 거세 李 당선 어려워질 것
크리스마스 선물 집착한 24일 데드라인 설정 패착
전농 트랙터, 사회 혼란과 후진국형 인민재판
한덕수 대행은 결단 전에 야당과 대화 제스처 보여야
차분하고 즐거워야 할 연말 사회 분위기가 극도로 혼란스럽고 위태롭다.
지난 주말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의 트랙터 시위는 박정희 사후(死後)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 극심한 사회 혼란을 노린 불법-폭력 좌익 세력의 준동(蠢動)이 극을 이뤘던 1980년 5월 ‘서울의 봄’을 연상시킨다.
그 트랙터들에는 ‘대북재재해제’라는 친북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내세웠던 ‘반국가세력’이 바로 이 트랙터들 아닌가?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그들은 타이어 바퀴에 흙이 묻어 있지 않은(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증거?) 전시용 장비 같은 트랙터 수십 대를 몰고 과천 남태령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몰려가기 위해 한강을 건너가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수천 명의 ‘전봉준투쟁단’ 시위 주동자 중 한 명인 여농(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간부가 이렇게 선언했다. 섬뜩하다. 대한민국이 1900년대 후반으로 후퇴했다.
“윤석열 발끝까지 트랙터를 갖고 왔다. 밤샘 투쟁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동남아나 남미, 아프리카 후진국이 되어 버렸다. 관저에 가서 대통령 부부를 끌어내 인민재판이라도 벌이겠다는 건가? 尹 부부는 법에 따라 곧 탄핵 재판도 받고 수사도 받게 돼 있다.
그걸 못 기다려서 자기들이 직접 심판하고 망신 주겠다는 것이다. 나라 격과 꼴은 안중에도 없는 저급한 짓들이다. 윤석열은 이 ‘반국가세력’ 척결을 위한다고 비상계엄을 저질렀다가 그들에게 오히려 날개를 달아 주는 최악의 악수를 뒀다.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급한 판단이었다. 그것이 순전히 부인 김건희 보호 때문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그 분통은 핵융합 작용처럼 거대한 폭발 직전 수준까지 다다른다. 보수 진영의 집단 심근경색이 우려될 정도다.
친한동훈계를 포함한 여당 이탈 숫자 증가로 직전 4명이 조만간 8명 이상으로 불어 김건희 특검이 코앞으로 닥친 상황에서 느닷없는 계엄이 터졌으므로 부인 지키기와 한동훈 ‘처단’ 목적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 외에는 마땅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야당의 국정 방해야 12월 초에만 심한 게 아니지 않았나? 그들은 적어도 내년 초에는 주군 이재명의 피선거권 박탈로 대(大)분열이 예정돼 있던 상황이었다. 공직선거법 위반(거짓말)과 위증 교사 2심이 그에게 절대 불리하게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컸다.
윤석열은 이걸 기다리지 못하고 몇 달 전부터 군 ‘충암파’들과 작당한 계엄 충동을 억누르지 못한 것이다. 김건희 특검을 막아야 한다는 그 한 가지밖에 그의 뇌리를 지배한 게 없었다.
12월 3일 밤 10시라는, D 데이 H 아우어까지 정해 놓았으니 국무회의고 뭐고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당일 밤에 털레털레 대통령실로 끌려온 11명의 국무위원이 모두 “회의가 아니었다”라고 경찰에 설명했다.
한덕수도 “개회도 폐회도 없는 옹기종기 모임이었다”라는 식으로 진술했다. 윤석열에게는 국회에 무장 병력을 투입하고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내란’ 혐의 외에 계엄 선포 헌법 절차인 정식 국무회의를 거치지도 않았다는 위헌 행위가 추가됐다. 탄핵 사유다.
그런데, 윤석열의 이 무모한 충동 행위를 이 판국에 따라 하는 코미디 아닌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尹 계엄 자살골의 최대 수혜자인 이재명이다.
이재명의 하수인인 민주당 원내대표 박찬대가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를 협박했다. 망하려는 몸부림이다.
“한 권한대행이 24일까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그 즉시 책임을 묻겠다.”
두 특검법은 법에 따라 새해 1일까지가 공포 또는 재의 요구(거부) 시한이다. 이재명 민주당은 그걸 1주일 당겨 빨리 도장을 찍으라는 것이다. 지지자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의식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재명과 그의 똘마니들 마음이 그만큼 급하다는 방증이다.
한시라도 빨리 윤-김 부부를 범죄자로 확정 지어 조기 대선 시계가 돌아가도록 함으로써 이재명 재판 시계를 멈추게 하자는 속셈이다. 그러나,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이재명은 윤석열의 길을 가고 있다.
한덕수는 이미 민주당이 통과시킨 ‘경제 악법’을 비롯한 9개 법안에 모두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가의 막대한 재정 부담, 국민의 기본권 침해 등 이유를 들어 “헌법 정신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야당만이 특별검사 추천권을 갖는 위헌적인 두 특검법도 거부 쪽에 무게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그가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라는 각오로 거부를 결정하면 민주당은 결국 그를 탄핵해서 쫓아내고 수사도 받게 할 것이다. 따라서 그는 결정 전에 야당과 만나 설득하는 제스처라도 보이는 게 낫다. 나라의 혼란이 극심해지고 국가 신인도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상황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재명은 사법 리스크는 차치하고라도 그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내년 조기 대선 당선을 안심할 수 없을 만큼 낮다. 겨우 나라의 안정을 회복해 가던 한덕수마저 탄핵해 경제부총리가 그 바통을 이어 가도록 함으로써 나라를 수렁으로 빠뜨린다면 그 역풍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이재명이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밥이 끓고 있는데 그 솥단지를 엎어 버린 윤석열의 실수를 하루에 열 번씩 생각하면 된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