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옳은 작용에는 옳은 반작용이 따른다” 일진의 하수인으로 불법을 강요받고 폭력에 시달리던 서준태(최민영)가 용기를 낸 다짐이다. 그러자 학교폭력에 맞선 준태 옆에 연시은(박지훈)이 나선다. 마치 ‘호밀맡의 파수꾼’처럼 강제전학 온 은장고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약한영웅> 시즌 2는 연시은이 시즌 1에서 겪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친했던 친구 안수호(최현욱)가 또 다른 친구 오범석(홍경)의 배신으로 식물인간이 된 후 자책감으로 마음의 문을 닫았던 연시은. 고등학교 중 전학을 받아준 곳은 ‘막장’으로 꼽힌 은장고 뿐이었다. 이제 누구도 시은이를 건드리지 않는다. 누군가를 죽이고 온 ‘사이코패스’라는 흉흉한 소문이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은을 둘러싸고 있는 벽을 비집고 들어온 첫 친구가 준태였다.


시은이 준태에게 조언해 준 뉴턴 역학 세 번째 법칙 ‘작용과 반작용’은 그 앞에 ‘옳은’이란 단어가 붙어 되돌아왔다. 농구부 박후민(려운)과 고현탁(이민재)을 만난 것도 ‘옳은 작용’의 결과였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순탄하지 않다.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처음 생각과 달리 조직폭력과 사회 범죄로 확장된 구조에 친구들이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연시은은 이제 자신만의 싸움이 아니라 주변을 지키는 싸움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약한영웅>은 시즌1의 호평과 흥행에도 국내 OTT가 경영 위기에 내몰린 후 넷플릭스로 옮겨 제작했다. 그래서 3년 만에 되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예전 미디어 평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결과는 신의 한 수와 같았다. 미리 선보인 시즌 1이 큰 관심을 끌며 흥행 순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4월 25일에 공개된 시즌 2는 시작부터 비영어권 1위를 찍고 전체 2위에 올랐다. 세계 32개국에서 1위를 찍었는데 지구 반대편 멕시코도 점령했다.


총알 한 발 안 날아가는 액션 장르라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결과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폭력물이 인기를 끈 이유는 연시은을 비롯한 친구들이 보여준 정의로운 연대라는 주제에 호응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웹툰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압축하면서 이야기 곳곳에 균열이 있다. 그래서 원작 팬들은 확실히 시즌 1보다 낮은 점수를 매긴다. 등장인물을 압축하고 관계 설정을 가볍게 건드리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약한’ 연시은이 싸움 동선과 방식을 치밀하게 계산했던 장면이 축소된 것이 불만이다. 다른 액션 장르에 비해 돋보였던 설정을 포기한 셈이다. 반대로 시즌 2에서 연시은이 보여주는 초반 싸움은 날카로운 필기구에 집착하고, 후반은 맷집으로 버티는 방식으로 단순해졌다.



악의 축으로 내세운 고교일진연합의 수장 나백진(배나라), 금성제(이준영)와 끝장을 내는 마지막 장면 역시 아쉬움이 크다. 집단전이라고 하기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할 만큼 튀는 장면이 많은 것도 있지만, 악당들의 퇴장 수순이 맥이 빠지기 때문이다.
에필로그는 다음 시즌을 일부 암시하며 마무리됐다. 흥행 결과로 보면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성인들이 고등학생으로 연기하기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즌2에 대해 지적한 목소리를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액션물로 그치지 않는 정체성, 사회폭력 속에 생존을 위해 연대하는 방식에 대한 섬세한 연출을 되살려주길 바란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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