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메리츠證, 유동성 위기 기업에 '단비'

2024-10-16

'경영권 분쟁' 겪는 고려아연에 1조원 조달

롯데건설·M캐피탈·폴라리스쉬핑 등 지원

'구원투수' 역할 톡톡... 유동성 부활 전략

'윈-윈'... 기업은 살고 메리츠는 수익 올려

최희문 전 대표 성과... 자본 10배가량 성장

김종민, 'IB' 특화... 장원재, '리스크 관리통'

두 대표 체제서 기업금융 기조 이어질 전망

메리츠증권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 자금을 조달해주는 '단비'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 때문에 다급한 상황에 놓인 기업을 상대로 지나친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해당 기업들로서는 급전을 빌려주면서 숨통을 트이게 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이환위리(以患爲利)'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고려아연이 발행한 1조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인수했다. 금리는 6.5%, 만기는 1년이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에는 공개매수 참여 시 활용할 수 있는 1조원의 자금이 조달된 셈이다.

메리츠증권은 오너리스크 등 여러 이유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자금을 조달해 주는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문제가 대두되면서 건설업계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을 시기, 롯데건설 지원을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해당 사안을 두고 "자금시장의 돈맥경화를 해소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게 1조3000억원 규모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진행했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시중은행, 증권사 등 타 기관과도 수차례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적자, 점포 가치 하락 등 경영상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 의해 성사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5월에도 부동산 PF 부실에 의해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여신전문금융사 M캐피탈에 3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당시에도 M캐피탈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운용사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PE) 범죄 혐의 논란 때문에 선뜻 자금 지원에 나선 금융사는 없었다.

지난달에는 중견 해운사 폴라리스쉬핑의 모회사 폴라에너지앤마린(폴라E&M)에 33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해당 기업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 PE, SG PE 등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추진해 왔지만 오너리스크 등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줄줄이 무산됐다.

메리츠증권은 이같이 위기 상황에서 신용도 등 다양한 이유로 고립될 위기에 처한 기업의 유동성을 시의적절하게 부활시키는 전략을 행해 왔다고 평가된다. 증권사 단독 사업뿐만 아니라 지주사인 메리츠금융그룹 차원에서도 빠른 협의를 통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는 설명이다.

해당 과정에서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메리츠증권 입장에서는 적용 금리만큼의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회사마다 위기의 원인이 다르고, 이에 맞춤형으로 지원하게 되면 메리츠증권 측에서는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 기회까지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이 같은 전략은 기업 입장에서도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지고, 메리츠증권의 입장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양쪽이 모두 이득인, 이른바 '윈-윈(Win-Win)' 전략으로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해당 전략을 활용한 메리츠증권의 성장이 최희문 전 대표(현 메리츠금융그룹 부회장)의 역량이 여실히 드러난 결과로 평가한다. 최 전 대표는 2010년 메리츠증권 대표직에 올랐다. 이후 14년 동안 메리츠증권을 이끌어 왔고, 지난해 말부터는 지주사에서 그룹 전반의 운용 총괄직을 맡고 있다.

그는 재임 시기 동안 회사의 자본을 10배가량 끌어올렸다. 2010년 메리츠증권의 자본은 5252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말 자본 규모는 5조6193억원까지 성장했다. 빠른 자본 성장을 기반으로 별도 기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 돼야만 지정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회사(종투사)로의 도입은 2017년에 이뤄졌다.

최 전 대표는 공격적인 영업활동, 철저한 리스크 관리 등 두 가지 역량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기존에는 어음과 채무증서 발행, 매매, 중개 등 종합금융업을 주요 사업으로 했으나 2022년부터는 기업 자금 조달 자문 용역,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와 자문, 해외 대체투자 증 IB 부문을 포함한 기업금융 부문에 주력했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의 전체 사업 영역 중 기업금융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2년 최 전 대표의 네 번째 연임 확정 당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그를 두고 "모든 사업 부문을 골고루 성장시키며 수익 다각화를 이룬 것은 물론, 리스크 관리에도 주력하며 회사의 양적, 질적 성장을 주도해 왔다"고 밝혔다.

그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기반이 돼 고위험 사업에서도 과감히 임할 수 있었다는 관측이다. 올해 7월 부임한 김종민 각자 대표 역시 IB 부문에 특화된 인력인 만큼, 해당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장원재 각자 대표는 '리스크 관리통'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만큼, 향후 고위험 사업에 대해서도 과감하고 공격적인 시도 역시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양질의 딜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상당히 돋보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며 "요구하는 금리가 높다는 지적도 있지만 위험이 큰 만큼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때 납득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금융 관련 리스크 역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으나, 수익성, 손실에 대한 완충력, 리스크 관리 역량 등을 고려한다면 회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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